대기업 대리 조승현(31)씨는 올해 둘째가 태어나면서 육아휴직 3개월을 썼다. 2년 전 첫아이 때는 한 달을 쓰고 복귀했다. 조씨는 "1~2년 후 승진을 앞두고 있지만 아이와 함께할 시간은 지금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들이 엄마만큼 나를 따를 때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쌍둥이 아빠가 된 직장인 조모(31)씨는 지난달부터 아내와 함께 10개월간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팀장이 먼저 "왜 육아휴직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조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 직원에게 은근히 눈치 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샌 배려받는 기분이다"라고 했다.

◇올해 아빠 육아휴직 3만명 넘을 듯

고용노동부가 13일 올해 상반기 민간에서 육아휴직을 낸 남성이 1만4857명이라고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76명(34.1%) 늘었다. 여성은 2936명(6.92%) 늘어난 4만5348명이었다. 육아휴직자는 남녀 모두 증가 추세인데, 남성이 훨씬 가파르게 늘고 있다. 고용부는 이런 추세면 남성 육아휴직자가 올해 3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2011년(1403명) 1000명을 넘기더니 2017년(1만2042명) 1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2만2297명) 처음 2만명을 넘겼다. 올 상반기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도 네 명 가운데 한 명(24.7%)으로 높아졌다. 10년 전엔 1%대였다.

◇코로나 육아 부담에 남성도 팔 걷어

부부가 공평하게 육아를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는 등 사회 분위기가 바뀐 영향이 크다. 고용부 관계자는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함께 육아하는 '맞돌봄'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민간 기업들이 나서서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쓰도록 장려하기도 한다. 예컨대 롯데는 2017년 모든 계열사에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했다. 회사에서 정부 지원금에 차액을 지원, 휴직 첫 달은 통상 임금의 100%를 보전해주고 있다. 이에 매년 남성 직원 1500명 이상이 육아휴직을 쓴다.

올해 아빠 휴직자가 늘어난 데는 코로나 사태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올 상반기 잇따라 개학이 연기되고, 수도권 초등생은 사실상 주 1~2회만 등교하면서 맞벌이 부부의 고민이 커졌다. 출산 직후 아내가 이미 육아휴직을 소진한 상황에서 돌봄 공백이 생기자 남편까지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

육아휴직은 만 8세 이하나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으면 쓸 수 있다. 첫 3개월은 통상 임금의 80%, 최대 150만원까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후는 통상 임금의 50%, 최대 120만원까지 받는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원하는 아빠가 모두 일을 쉴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채용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153명을 조사한 결과, 남성 중 53.9%가 '실제 육아휴직 사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고 응답한 남성은 12.2%에 그쳤다. 특히 올해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의 56.6%인 8413명이 300인 이상 대기업 직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보단 대기업 위주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