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코 1800층 입주자입니다. 오늘 구조대 오나요?” 2017년 초 120만원대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1년도 안 돼 2499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가상 화폐 투기 광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뒤늦게 뛰어들었다 손해 본 투자자들끼리 매수 가격을 “몇 층에 입주하셨냐”라고 물어보는 게 유행어가 됐다. 20·30대들은 월급과 용돈을 박박 긁어 온갖 잡(雜)코인 투자에 나섰다. 한 30대 방송인은 “친구가 수억 벌었다는 얘기에 투자했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가려다 한강 갈 뻔했다”고 투자 실패담을 털어놨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등지의 중소형 새 아파트는 100% 가점제 당첨으로 바뀌었다. '청약 가점 계산하기'에 들어가 본인 조건을 넣으면 점수가 자동 계산된다. 무주택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 6명(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17점)이면 만점 84점이다. 30대 중반 미혼은 20점 넘기조차 힘들다. 수학 시험은 머리 싸매고 공부하면 되지만 40·50대에 비해 나이도 조건도 밀리는 30대에게 청약 가점은 넘볼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이 됐다.

▶집값의 60~70%를 은행 대출 끼고 살 수 있었을 때는 30대도 느긋했다. 그러나 첩첩 규제로 대출 한도는 확 줄고 월급 오르는 것보다 전셋값, 집값은 훨씬 빨리 오르자 불안해진 30대들이 닥치는 대로 빚을 끌어다 집부터 사기 시작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온다는 뜻) 투자다. 최근 2년간 은행 주택담보 대출의 36%를 30대가 받아가, 부동산 구매의 최대 세력이 됐다.

▶이 정부 들어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원을 돌파했고 전셋값은 5억원에 육박한다. 은행 예금 금리가 1%도 안 되는데 집 사고 돈 모아야 하는 20·30대가 일찍부터 부동산·주식 투자에 눈 돌리는 건 당연하기도 하다. 신규 증권계좌의 60% 이상이 20·30대라고 한다. '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고 자조하던 20·30대가 '이번 생은 주식 투자가 답'이라며 주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군부대에서 주식 투자하는 20대 '병정 개미'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고 한다.

▶코스피가 2년 2개월 만에 2400을 넘었다. 사상 최저 금리에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투자처를 잃은 시중 자금이 주식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손실 위험이 큰 주식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 주가가 하락하면 돈만 잃는 게 아니라 인생도 망가질 수 있다. 주가 급등이 한국 경제의 팡파르가 아니라 희망 잃은 세대의 안간힘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