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찬 산업2부 기자

정부가 예산 1700억원을 들여 외식, 농수산물 구매, 영화, 공연 등 8개 분야 할인 쿠폰을 이번 주부터 선착순으로 뿌린다. 코로나 사태로 위축된 국내 경기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너무 복잡하고 허점투성이다.

가장 관심이 많은 외식 할인부터 보자. 일단 평일은 제외다. 주말에 먹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금요일 오후 4시부터 일요일 자정까지 56시간 동안이다. 7000원짜리 설렁탕이나 1만8000원짜리 통닭은 자격 미달이다. 반드시 한 번에 2만원 이상은 써야 한다. 그렇게 5번 외식을 하면 6번째 외식 때 1만원을 환급해주는 구조다.

여기서 코로나 방역 수칙은 뒷전이다. 음식 배달을 외식으로 쳐주긴 하지만 이번엔 반드시 배달원과 만나 직접 카드 결제를 하라는 지침을 내놨다. 배달 앱은 주로 음식 값을 앱에서 선결제하는데 그건 할인 쿠폰 적용 대상에서 제외다. 앱에서 결제하면 식당 정보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무작정 외식하러 나간다고 할인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다. 카드사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반드시 사전에 '행사 참여 응모'를 해야 한다. 응모를 안 하면 2만원 이상 외식을 아무리 해도 소용없다. "카드 제휴사보다 못한 혜택" "동네 마트 프로모션도 이보단 낫겠다"는 비판 댓글이 달리는 이유다.

더구나 이 외식 할인 쿠폰(혜택)은 선착순 330만명만 준다. 빨리 움직여야 겨우 받을 수 있다. 농수산물 구매나 영화, 관광 등 다른 할인 혜택도 선착순이다. "국민들 달리기 시합시키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더한 문제는 중복 수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할인 행사도 많이 해 본 사람들이 잘 챙긴다. 일부 민첩한 계층이 혜택을 쓸어담을 가능성이 있다. 또 요즘은 뭐든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예약·결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인터넷·스마트폰 사용이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은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1700억원 쿠폰이 모두 세금에서 나왔으면 그 혜택은 골고루 돌아가야 합당한데 지금 행사 내용은 '선착순 세금 따먹기 경주'에 가깝다.

공연 분야는 더 가관이다. 세금으로 할인 쿠폰 뿌려 관객을 끌어모으면 아무래도 방역 대비를 더 해야 하니 '임시 일자리'인 '방역 지킴이'를 공연장에 배치하겠다고 나섰다. 3차 추경으로 마련한 예산을 쓴다. 이렇게 예산을 쓰면서 수해 복구 비용이 필요해 4차 추경을 거론하고 있다.

큰 씀씀이에 국가 채무는 역대 최대인 8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국민 1인당 부담해야 할 금액도 1500만원을 넘어섰다. 그래도 모자라 없던 법을 만들어 '징벌적 부동산 세금'까지 거둔다. 자기 돈 아니니 상관없다는 심보가 아니면 이렇게 할 수 없다. 자기 집은 악착같이 챙기는 이들이 국민 세금 뿌려가며 생색내는 걸 언제까지 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