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27일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장소를 펜실베이니아의 게티즈버그 전투지와 백악관 두 곳으로 좁혔다. 곧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트위터에 썼다.

게티즈버그 국립군사공원은 1863년 7월 미국 남북전쟁의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유적지다. 노예제를 옹호하는 남군이 이 전투에서 대패해 전세가 북군으로 기울었다. 전투 4개월 뒤인 1863년 11월 이곳에선 재선에 성공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트럼프가 게티즈버그를 꺼내 든 건 이 '링컨 효과' 때문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트럼프는 공화당 소속이자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링컨과 자신을 곧잘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해왔다. 그는 취임 이후 "난 (암살당한) 링컨보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내가 역사상 제일 대통령다운 풍모를 지녔지만, 중절모 쓴 링컨만은 넘을 수 없더라"는 등의 말을 해왔다. 지난 5월엔 워싱턴 DC 링컨 기념관 앞에서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며 "이렇게 아름다운 무대 세팅을 본 적이 있느냐"고도 했다.

트럼프는 최근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노예 해방을 이끈 링컨의 동상까지 '우월한 백인의 모습'이라며 훼손하자 이를 맹비난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링컨 유적지를 찾아 '좌파 폭도'를 비난하고, '미국의 역사 유산을 지키겠다'는 연설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티즈버그가 속한 펜실베이니아는 대표적 경합주이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게티즈버그와 백악관 모두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장소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백악관에서 하는 방안에 대해선 국정 운영 공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부적절하고, 공직자의 정치 활동을 제한한 해치법(Hatch Act)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AP통신은 연방 자산인 게티즈버그도 정치적 행사에 사용될 경우 법적, 윤리적 문제를 부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