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청룡기 결승이 끝나고 만난 김도영. 준우승에 그쳐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11일 제75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결승전이 열린 목동야구장. 광주 동성고의 2학년 유격수 김도영(17)은 우승 세리머니를 즐기는 장충고 선수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엔 분한 표정이 가득했고, 유니폼은 슬라이딩을 하느라 온통 흙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번 대회 계속 잘해오다가 가장 중요한 날인 오늘 잘 못 쳤어요.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이 계기를 통해서 더욱 똘똘 뭉쳐 다음번엔 꼭 우승하겠습니다.”

광주 동성고는 이날 장충고에 7대9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개인상 부문에선 두각을 나타냈다. 3학년 우익수 최성민이 홈런상(3개)과 타점상(11타점)을 받았다.

김도영은 3관왕에 올랐다. 최다안타상(14안타)과 득점상(10득점), 도루상(6개)을 휩쓸었다. 26타수14안타로 타율 0.538을 기록한 그는 10타점 10득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홈런 1개와 2루타 4개로 장타력도 뽐냈다.

주말리그를 합한 김도영의 올 시즌 기록은 타율 0.500(58타수 29안타), 1홈런 15타점 17득점 14도루. OPS가 1.245에 달한다. 아직 2학년이지만, 이번 청룡기를 통해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김도영은 차세대 대형 유격수 재목으로 꼽힌다. 방망이가 좋고, 수비력이 뛰어나며 발도 빠르다. 김도영의 플레이를 보면 KBO리그의 전설적인 유격수 이종범이 생각난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공·수·주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유격수는 센터라인에서도 핵심 포지션”이라며 “수비의 중심을 잡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비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타격이 워낙 재미있다”며 “최고의 공격형 유격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8일 유신고와의 청룡기 준결승전에서 3점 홈런을 친 김도영.

김도영의 롤 모델은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하비에르 바에스다. 2018시즌 34홈런 111타점, 2019시즌엔 29홈런 85타점을 기록한 리그 최고의 거포 유격수다. 올해도 13경기에 나와 3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김도영은 “바에스처럼 잘 치고 잘 막는 유격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바에스는 컵스 유니폼을 입고 2016시즌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 주로 2루수와 3루수를 봤다. 그때 컵스의 주전 유격수가 현재 키움에서 뛰는 애디슨 러셀이다. 김도영은 “요즘 러셀이 한국에서 뛰는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다”며 “글러브에서 빠르게 공을 빼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KBO리그에선 키움의 유격수 김하성을 좋아한다. 김하성처럼 공격력이 뛰어난 유격수가 되고 싶다.

광주 출신의 김도영은 고향 팀인 KIA에서 뛰는 것이 꿈이다. KIA 팬들도 김도영을 ‘갸도영(기아+도영)’이라 부르며 애정을 표시한다. 김도영은 2022시즌 KIA의 1차 지명 후보로 꼽힌다(2022시즌을 끝으로 1차 지명 제도는 폐지되고 전면 드래프트가 부활한다).

김도영은 “야구 선수의 꿈은 결국 팀에서 우승을 이뤄내는 것”이라며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