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치료약 제조사로 변신시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에, 2달러에서 한때 60달러까지 치솟았던 미 필름제조사 이스트먼 코닥사 주가가 결국 임원들의 ‘탐욕’이 빚은 내부자 거래 혐의로 ‘물거품’이 되고 있다. 코닥사 주식은 10일 뉴욕 증시에서 8.5달러까지 내려갔다가, 전날 대비 29.3%가 빠진 10.52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풋옵션(put option) 거래량은 상승을 예상하는 콜옵션(call option) 거래량보다 3배나 많았다.

불과 2달러에서 60달러까지 치솟았던 코닥사의 최근 주가 동향


◇미 정부의 7억 달러 넘는 융자 발표에 2000% 폭등
7월27일까지만 해도 코닥사 주가는 2.13달러였다. 이런 주식이 이틀 뒤 2000% 넘게 폭등한 것은 7월28일의 미 국제개발금융공사(DFC) 발표였다. DFC는 이날 "코닥사가 코로나 치료약에 들어가는 주요 성분을 만들 수 있도록, 7억6500만 달러를 융자하겠다"고 발표했다. DFC는 원래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을 자금 지원하는 연방정부 기관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치료약 성분의 대외 의존도를 줄이려고 국방생산법(Defence Production Act)에 의거해 DFC가 미 기업의 제약 성분 제조를 지원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코닥은 이 행정명령이 적용된 첫 케이스였다. 트럼프는 "미 제약산업 역사상 가장 중요한 딜의 하나"라고 추겨세웠다. 미국은 전세계 제약 성분의 40%를 소비하지만, 미국내 생산은 10%밖에 안돼 중국과 인도 등에 의존한다. 코닥 주식이 폭등하자,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의 개미 투자가들이 몰렸다.

◇코닥사 회장, 융자 발표 전날에 4만 주 넘게 매입
그런데 코닥사 주가 동향이 수상쩍었다. 융자 발표가 있기 전날인 7월27일 주가가 갑자기 20% 뛰었다. 거래량도 평소의 4배인 100만 주였다. 결국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은 지난 4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내부자거래 혐의 조사를 의뢰했고, 주가는 폭락세로 바뀌었다. 미 하원의 코로나 대응 소위원회도 필름제조사인 코닥의 융자 제공 대응 경위와 임원들의 주식거래에 대한 정보를 18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제임스 클레이번 소위원장(민주)는 "어떻게 코닥 임원들이 정부와 비밀리에 융자 협상을 하면서, 동시에 수백만 달러 어치의 주식과 옵션을 매입했는지 알아야겠다"고 말했다.

코닥사의 '제약사 변신'을 위한 대규모 융자를 발표한 DFC의 트윗과, 융자 발표 전날에 4만6000주의 자사주를 매입해 '내부자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코닥사의 콘티넨자 회장

SEC의 초기 조사 결과, 코닥사 회장인 제임스 콘티넨자가 융자 발표 전에 4만6000주를 사들인 것이 드러났다. 그러자 DFC도 7일 융자 절차 중단을 발표했다. 백악관도 발끈했다. 카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 주장들이 분명히 해소되지 않으면, 융자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사안을 심각하게 본다고 말했다.

조지 이스트먼이 세운 코닥사는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인해 필름 수요가 급감하면서 2012년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현재 프린터와 동영상 특수필름 생산에 주력한다. 코닥은 과거에도 아스피린과 같은 일부 비처방약 생산에 관여한 적이 있지만, 그러나 이 제약 부문을 1994년에 매각했다.

◇앞으로 주가는
만약 SEC 조사가 끝난 뒤에도 모든 혐의가 해소돼 코닥이 계획대로 7억6500만 달러의 정부 융자를 받게 되면, 주가는 다시 뛸 수 있다. 10일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반대로 융자가 무산되면, 코닥사 주식은 보름 전 원래 위치인 2달러선이나 그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highly likely)"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