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행성 세레스의 옥카토르 충돌구에서 발견된 소금물 성분(분홍색). 지하에 바다에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소행성인 세레스에서 물의 흔적이 발견됐다. 물은 생명의 필수 조건이라는 점에서 외계 생명체 발견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국립 천체물리학연구소의 마리아 크리스티나 드 산크티스 박사 연구진은 1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세레스의 2000만년 된 옥카토르 충돌구에서 물을 액체 상태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금 성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세레스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가장 큰 천체로 자체 중력을 갖고 있어 왜행성(矮行星)으로 분류된다. 왜행성은 일반 행성보다 작지만, 행성처럼 태양을 돌고 구형을 유지할 만 한 중력을 갖고 있다. 명왕성이 2006년 행성에서 왜행성으로 강등됐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있는 왜행성 세레스. 지하에 바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충돌구에서 해빙(海氷)의 소금 성분 발견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은 2015~2018년 세레스를 근접 비행한 돈 우주탐사선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했다. 돈 탐사선은 세레스 상공 35㎞까지 근접해 고해상도 사진을 촬영했다.

연구진은 세레스 충돌구를 찍은 적외선 사진을 분석해 하이드로할라이트라는 소금 성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이드로할라이트는 염화나트륨과 물이 결합한 물질로, 지구의 극지 바다를 떠다니는 얼음에서 발견된다. 지구 밖에서는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마리아 드 산크티스 박사는 "하이드로할라이트는 세레스가 바닷물을 갖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이제 세레스는 토성이나 목성의 위성들과 마찬가지로 바다를 가진 천체라고 말할 수 있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왜행성 세레스의 옥카토르 충돌구에서 발견된 소금물 성분(분홍색). 지하에 바다에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구진은 소금 퇴적물이 200만년 사이에 형성됐다고 추정했다. 이 정도면 우주에서는 극히 짧은 시간이다. 따라서 지금도 세레스의 내부에서 소금물이 상승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세레스 지표 40㎞ 아래에 소금 성분의 바다가 있다고 본다.

미국 제트추진연구소의 줄리 카스티요-로게즈 박사는 이날 네이처 논평 논문에서"하이드로할라이트의 발견은 지금도 세레스에서 물이 움직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이런 물질은 세레스 표면에서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최근에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네이처 지구과학'에 발표된 다른 논문에서 미국 연구진은 옥카토르 충돌구의 사진을 분석해 언덕과 계곡이 소행성 충돌로 분출된 물이 얼 때 형성됐다고 밝혔다.

◇물은 최고의 용매, 우주 생명체의 증거

과학자들이 먼 우주에서 바다를 찾는 것은 액체 상태의 물이 있어야 생명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은 수많은 물질을 녹이는 최고의 용매(溶媒)여서 생명체에 필요한 물질들을 제공할 수 있다. 또 물은 비열, 즉 물 1g을 1도 높이는 데 필요한 열량이 다른 물질보다 크다. 덕분에 생명체를 더위와 추위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물을 구성하는 산소와 수소는 에너지 흐름을 만들어내고 생명체의 뼈대가 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12월 미국 행성과학연구소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NASA 탐사선 돈의 관측데이터를 통해 세레스의 표면 구멍마다 얼음이 가득 차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얼음은 북극 지역에 몰려 있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과학자들도 같은 달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세레스의 분화구에서 밝게 빛나는 부분이 얼음 때문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세레스의 얼음에는 소금 성분이 섞여 있다고 봤다. 이것은 과거 세레스의 지하 바다에서 솟아난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에 그 증거가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