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폭우 피해를 놓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원인 제공을 했느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붙었다. 8일 섬진강 제방이 유실된 데에 이어 9일 낙동강 제방 일부가 무너진 것이 계기가 됐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실증적인 분석을 할 수 있는 기회"라며 "댐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서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지시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전문가들은 낙동강 제방이 무너지자 하류 쪽 합천창녕보의 보(洑) 때문에 강물 흐름이 느려지면서 수위(水位)가 상승해 수압(水壓)이 강해진 탓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강바닥을 평균 4m 준설한 것이 수위를 워낙 크게 낮춘 효과가 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은 홍수 대응 능력을 대폭 키워줬다"고 했다. 4대강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섬진강에 대해선 "다른 강처럼 준설을 했더라면 제방 붕괴는 없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간에도 4대강 사업 반대파들은 홍수·가뭄이 주로 지류에서 발생한다며 본류에 치중한 4대강 사업은 홍수·가뭄 예방에 별 효과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전국 홍수 피해에 관한 재해연보 자료를 보면 4대강 사업 이전보다 이후의 피해가 크게 줄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만일 지류를 정비해야 홍수·가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이제라도 서둘러 정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온통 신경이 4대강 보를 부수느냐 마느냐, 또는 4대강 사업이 잘됐느냐 못됐느냐 하는 사안에 쏠려 있다. 환경부엔 60명으로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단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주 업무가 4대강 보의 개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자료 수집이다. 작년 9월 출범한 국가물관리위원회라는 기구 역시 보 처리 방안을 정하는 걸 목표로 한 기구인데 아직껏 결론을 낼 기미가 없다.

유례 드문 폭우로 국민 상당수가 피해를 입었다. 치수 관리의 취약 부분들도 드러났다. 섬진강은 댐 수위 관리 실패로 방류량을 급작스레 늘린 것이 문제였고, 낙동강은 원래 취약 부위인 지천 합류 배수지 부분에서 제방이 무너졌다. 정부 최우선 업무는 국민들의 피해를 최대한 복구하는 것이고 그다음으로는 하천 관리상 드러난 허점들을 보강하는 것이다. 그런 급한 부분들은 돌보지 않고 10년 전 4대강 사업의 원인 제공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이전 정부 탓으로 돌리려는 속셈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