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캐나다 밴쿠버의 집값이 1년 새 30% 넘게 폭등했다. ‘세계 부동산 거품 위험 지수’에서 런던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 뒤에 중국인 큰손들이 있었다. 그해 밴쿠버 주택 거래액의 3분의 1을 중국인 부자들이 싹쓸이하면서 ‘미친 집값’을 만들었다. 급기야 주 정부가 밴쿠버 일대에 집을 사는 외국인에게 15%의 취득세를 신설하고, 집 산 뒤 안 살면 ‘빈집세’까지 매겼다. 영국 런던, 뉴질랜드 오클랜드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린 것도 중국인 큰손들이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반발하는 시위에서 '역차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자국민 홀대하는 매국 부동산 정책을 규탄한다"는 시위대 기자회견도 열렸다. 우리 국민에겐 은행 대출 물꼬를 조이고 세금 폭탄을 때리면서도 외국인은 규제의 사각지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이 자국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국내 아파트를 살 경우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주택자에겐 세금이 중과되는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가족 파악이 어려워 다주택 규제도 힘들다. 다른 가족 명의로 사면 알아낼 방법이 없다.

▶30대 중국인이 출처 불명의 자금으로 전국 아파트 8채를 사들여 고액 월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국세청 조사를 받기도 했다. '갭 투자'로 아파트 40여채를 싹쓸이한 미국인도 있다. 지난 3년여 사이 외국인이 사들인 아파트는 2만3000여채에 이른다. 금액으로는 7조6000억원이다. 우리 국민이 규제에 손발 묶여 있는 사이 외국인은 마음대로 국내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부 외국인의 투기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밴쿠버·런던에 '미친 집값'을 몰고온 중국 부자들의 고가 부동산 쇼핑과는 거리가 있다. 외국인이 산 아파트 10건 중 6건꼴로 중국인이 샀다. 중국인의 평균 아파트 구입가는 2억3300만원으로, 미국·캐나다 국적의 외국인이 산 평균가(5억원)의 절반이 채 안 된다. 조선족·중국인이 모여 사는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의 집을 주로 샀기 때문이다. 투자 못지않게 실수요도 많다는 뜻이다.

▶외국인 취득세를 높인 싱가포르·홍콩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집 살 때 내·외국인 차별이 없다. 정부가 대출을 옥죄고 세금 방망이를 휘두르며 이중·삼중으로 괴롭히니, 규제 없이 맘 편히 집 살 수 있는 외국인한테까지 원성이 돌아가는 것이다. 시위 현장에서 “중국인 집주인에게 월세 내고 살란 말이냐”는 구호가 등장했다. 그런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