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내년 1월 도입 예정인 '실업부조〈키워드〉'를 위해 공무원을 1700여명 늘려달라고 행정안전부에 요구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고용부 전체 공무원 정원(7500여명)의 22%에 달하는 규모다. 내년부터 세금으로 실직자에게 현금을 지원해주는 실업부조 제도가 시행되는데, 이 업무를 담당할 인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달 말 행정안전부에 이런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실업부조 담당자들은 고용부 산하인 전국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고용센터)에 소속돼 일하게 된다. 고용센터는 현재 실업급여 심사·지급과 각종 취업 지원 서비스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내년 40만명에게 7000억원 지급

실업부조란 실직 상태에 있는 저소득층에 정부가 세금으로 생활비를 직접 지원하는 제도다. 근로자와 사업자가 낸 고용보험료로 주는 실업급여와는 재원과 대상이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실업부조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관련 법이 올해 5월 통과돼 내년 1월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라는 이름으로 시행된다.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각종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매달 50만원을 '구직촉진수당'이란 명목으로 6개월간 총 300만원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년엔 40만명에게 7000억원가량이 수당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정부는 대상 인원을 점차 늘릴 방침이다.

단순히 수당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들과 계속 상담하며 취업을 독려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고용부 주장이다. 고용부는 대상자들에게 직업훈련과 일자리 소개, 이력서 작성 지원, 각종 복지와 금융 지원 연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상자들이 주로 저소득층이 될 것인 만큼 상담과 관리 등에 적지 않은 품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원이 많이 늘어나면 그만큼 취업 지원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3200명 요구하다 1700명으로 줄여

그런데 고용부는 6월 말 행안부와 실무 협의를 시작했을 땐 신규 공무원 약 3200명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협의를 거쳐 1700명으로 줄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1700명은 고용부 요구안일 뿐, 몇 명을 늘려야 할지는 현재로선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보통 부처에서 정원을 늘려달라고 할 때 심사 과정에서 줄일 것을 감안하고 애초 필요 인원보다 더 많이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행안부에서 인원을 정하면 이를 다시 정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추가 검토하게 된다. 1700명을 연봉 3000만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510억원의 인건비가 더 들어간다. 공무원 연금, 4대 보험료 등은 포함되지 않은 액수다.

◇"기존 인력 활용 안 되나" 지적 나와

정부는 1700명과는 별개로 내년에 고용센터 인원 230명을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 고용센터 업무가 계속 늘면서 연 80명 정도를 늘려왔는데, 3배 가까운 인원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실업급여 지급이 크게 느는 등 고용센터 업무가 계속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굳이 인력을 크게 늘리지 않고 기존 고용센터 직원이나 무기계약직을 실업부조 업무에 활용하는 방안을 거론한다. 고용부 방안대로 공무원 정원을 한번 늘려 놓으면 근무 연수가 늘어나면서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상황이 바뀌어 인력을 줄여야 하는 일이 생겨도 현실적으로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도 고용센터에선 공무원 약 2400명과 무기계약직 약 1900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제도가 생기는 것인 데다, 대상 인원이 워낙 많다"며 "담당자들이 단순 상담뿐 아니라 수당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 해 책임과 권한 문제가 생겨 정규직 공무원이 낫다고 본다"고 했다. 고용부는 실업부조를 위해 올해 안에 전국에 32곳의 중형 고용센터를 추가 설치하고, 주 2~3회 방문만 하는 출장소도 전국에 40곳을 새로 만든다.

☞실업부조

실직 상태에 있는 저소득층을 돕는 제도인데, 실업 급여와는 재원과 대상이 다르다. 실업급여는 근로자와 사업자가 낸 고용보험료에서 돈이 나오고, 그 대상도 고용보험에 가입한 대기업·중소기업 근무자들이다. 하지만 실업부조는 고용보험에도 가입 못 한 영세 사업장에서 일했던 저소득층이 대상이다 보니, 재원도 세금으로 지급한다. 독일, 영국, 스웨덴, 프랑스 등엔 도입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