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적금을 드는 것이었다. 독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려면 머리로 공부한 사막이 아니라 내가 경험한 사막을 묘사해야 한다. 사막을 경험할 방법은 하나, 그곳에 가는 것이다. 그러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적금 만기가 돌아오자 나는 호주 서쪽으로 날아가 사막에서 석 달 동안 살았다.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고 온종일 차를 달려도 열 사람을 만나기 힘든 광활한 사막에서는, 낮에는 지형·지물의 자리와 그림자로 위치를 파악하고 밤에는 별자리와 달의 위치로 길을 찾는다. 천문학을 전공한 나는 그거라면 자신 있었다. 친구들은 나를 '인간 나침반' '인간 내비게이션'이라 불렀다.

이지유 과학 칼럼니스트

하지만 남반구에 오니 남북이 뒤집혀 있었다. 한국에선 해가 동쪽에서 뜨고, 뜨는 해를 바라봤을 때 왼쪽이 북쪽이지만, 호주에선 오른쪽이 북쪽이다. 우리나라에서 남향집이 인기 있는 이유는 동쪽에서 뜬 해가 남쪽 하늘을 거쳐 서쪽으로 지기 때문이다. 남향집을 지어야 온종일 해가 드는 것이다. 하지만 호주에선 북향집이 인기다. 동쪽에서 뜬 해가 북쪽 하늘을 지나 서쪽으로 지므로 북향으로 지어야 종일 해가 든다.

나는 약속 장소와 멀리 떨어진 마을 반대 방향에서 카페를 찾느라 헤맸고, 버스와 기차를 반대 방향으로 탔다. 밤에는 별자리도 뒤집혀서 방망이를 든 오리온이 거꾸로 하늘에 매달려 있었다. 별자리를 만들고 이름을 붙인 이가 모두 북반구 출신이라는 데 500원 건다. 결국 국립공원에서는 길을 잃어 경찰 도움을 받아 빠져나왔다. 아무튼 나, 인간 나침반은 귀국할 때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북반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간이 북반구의환경에 적응한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 사실을 남반구에 가서야 깨닫다니! 이래서 공부한 것만 가지고는 재미난 글을 쓸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바로 이 순간 이 글을 쓸 수 없을 테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