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정부 발표 3시간 만에 “시는 35층 규제를 푼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내놓은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 계획에 대해서도 “시는 애초 찬성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했다. 재건축 인허가권을 서울시가 갖고 있어서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대책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이 4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 주택공급 확대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시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결고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한 세부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순수 주거용 아파트는 35층만 허용”

이 자리에서 이정화 시 도시계획국장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층고를 35층으로 제한한 룰에 대해 “시의 기본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며 “순수 주거용 아파트만 지을 경우 35층 제한은 유지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층수를 최대 50층까지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용도지역을 기존 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는 종(種) 상향을 제안했다. 현재 일반주거지역은 최고층수가 35층 이하로 규제를 받지만 준주거지역인 경우 복합건물의 경우 지역별 중심지에 따라 40층~50층, 51층 이상도 가능하다.

그러나 건물 층수제한은 정부 권한이 아닌 서울시의 도시계획에 따라 운영된다.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것도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권한이다. 시 관계자는 “대상지의 여건과 지반시설 등을 고려해 주거지역 변경을 고려할 수는 있다”며 “기존 재건축을 추진한 아파트단지가 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꾼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공공참여 재건축 찬성 안한다”

시는 정부가 밝힌 공공재건축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13만2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중 가장 많은 5만호를 공공재건축 방식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정부가 내놓은) 공공재건축 단지는 서울시는 애초부터 찬성하지 않은 방식”이라며 “(정부 방식에) 민간이 참여할지 실무적인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이 사업자로 참여하는 공공 재건축 단지는 용적률과 층수 규제를 완화해주고, 늘어나는 주택의 50~70%를 기부채납 형태로 환수, 이 중 절반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시는 기본적으로 이 같은 방식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강남 고가(高價) 재건축 단지들은 기본적으로 1대1 방식을 원한다”며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소형, 공공 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절대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관리를 LH나 SH등에 맡기는 방식에도 강남 지역 조합원들이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의 분석이다. 재건축 조합 중 공공재건축 방식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본부장은 “없다”고 답했다.

당초 시는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시는 비정상적으로 멈춰져있는 재건축을 정상화 하자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임대·소형 주택을 짓게 해 이를 기부채납으로 받아다가 일반 서민들도 강남에서 적절한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게 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공공과 민간의 차별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공공이 참여하는 공공재건축 방식에만 용적률을 대폭 올려주고 민간에는 용적률 차별을 두는 방식이 올바른 방향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정부의 공공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인허가 권이 지자체에 있다. 시가 재건축 인허가에 까다롭게 대응할 경우 추진이 지지부진할 수 있다. 정부가 공공재건축 참여 주체로 든 LH와 SH 중 SH는 서울시 산하 기관이라는 점도 변수다. 주민 대상으로 사업 컨설팅을 하고 후보지 공모를 하는 과정에 SH공사가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에 대해서도 정부는 20년을 내놨지만 서울시는 “(정부 안처럼) 강제로 재갈을 물리기보다는 수요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5년 실거주 포함한 10년이 바람직하다”며 “10년 뒤 발생한 시세차익의 경우 개인과 공공의 지분에 따라 나눠 가지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세차익 일부만 갖고 팔아버릴지, 남은 10년을 더 채우고 시세 차익을 다 가져갈지 고르는 것은 개인 몫”이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정부는 투기 차단이 1원칙이기 때문에 전매제한을 20년으로 보는 것이고 서울시는 그것보다는 자산 형성을 지원하자는 입장”이라며 “개인에게도 선택권을 줘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