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감독 그만 두시고 하던 일이 안되자 미국으로 야반도주 하셨어요.”

김경기(52) SPOTV 해설위원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살다가 별세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또렷이 간직하고 있다. 그는 작년에 미국 플로리다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왔는데 당시도 상당히 건강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20일 전부터 건강이 악화됐다는 말을 듣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김 위원 아버지 김진영(85) 전 삼미 슈퍼스타즈 감독은 3일(한국시각) 노환으로 미국 플로리다에서 별세했다.

김진영 삼미 슈퍼스타즈 감독 재임 당시 모습.

김 위원은 1994년 아버지께서 미국으로 야반도주하듯 떠난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롯데 감독에서 물러나 홧병이 생긴데다 호텔업 등 사업을 하신 것마다 마음대로 되지 않자 고심할 틈도 없이 한국을 떠나셨다고 했다. 미국에는 누나 둘이 살고 있는데 부모님과 같이 살진 않았지만, 미시시피 등 남부에 살고 있어 김 위원은 안심을 했다고 한다.

김 위원이 마지막 아버지를 본 것인 작년 플로리다였다.
그는 "평소 아버지(김진영 감독)께서 하신 말씀은 '복수'였어요. 아들이 아버지의 한(恨)을 풀어주길 바라셨어요. 물론 그 때도 언제 감독하느냐며 아들에 대한 미련을 두셨어요."

김진영 삼미 감독(가운데)과 아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 그리고 어머니. 작년 미국 플로리다 방문 당시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김경기 해설위원 제공

때문에 김 위원은 적잖은 책임감과 아버지에 대한 복수 그리고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김 위원은 “아버지의 뜻은 내가 감독으로 멋지게 성공하는 것이었다”며 “그것이 아버지가 말씀하신 복수의 의미였다”고 했다.

사실 SK 와이번스 2군 감독이었던 김경기 위원은 2016년 10월 트레이 힐만(57·플로리다 말린스 코치)이 SK감독으로 선임될 당시 SK감독 최종 면접을 본 사실도 첫 공개했다. 그는 “당시 솔직히 기대가 컸지만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바람에 꿈이 무너졌다”며 “당시 아버님도 무척 기대하셨을텐데 죄송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감독에 선임되면 가장 먼저 아버지께 말씀드렸을 것이고, 힐만 감독처럼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참 기뻐하셨을텐데…” 라며 선친께 죄송하다고 했다. 김 위원은 현재 해설위원을 하면서 인천독립리그 감독을 맡고 있다. 하지만 프로감독에 대한 의지는 여전하다.

성격이 호탕한 김 위원은 아버지 집안 형제들이 모두 단명하셨지만 아버지는 행복하게 떠나 다행이다고 했다. 미국에서 별세하셨지만 코로나로 오가지도 못하는 형편이라 한국에 빈소를 마련해 따로 문상객을 받고 있다.

김진영 삼미 슈퍼스타즈 감독과 장명부 투수.

‘인천야구의 대부’로 불린 김 전 감독은 인천광역시 옹진군에서 태어나 인천고를 전국 최강으로 이끈 스타 선수였다. 프로야구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역임했지만 지도자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삼미를 1983시즌 KBO리그 3위로 이끌었지만 1985시즌 프로야구 최다연패(18연패)를 당하며 해임됐다. 1990시즌 롯데 감독으로 36승 56패 4무에 그치면서 중도 경질되면서 KBO리그 지도자 경력을 마감했다.

아들 김경기 해설위원도 프로야구 태평양 돌핀스(KT전신) 간판타자로 ‘미스터 인천’이라 불린 KBO리그 스타였다.

김진영 전 감독의 빈소는 인천 청기와장례식장, 발인 5일 6시. (032)571-1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