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2012년부터 6년간 서울 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취소된 곳이 390여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 보호, 주민 간 갈등, 문화재 보존 등을 이유로 서울시가 정비사업 지구지정을 무더기 해제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새 아파트 약 25만 가구를 짓지 못했다. 위례신도시를 5개 건설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의 아파트가 증발해버린 것이다. 정비 사업만 당초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지금 같은 부동산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새 아파트 부족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더 심해졌다. 지난 3년간 서울의 연평균 적정 주택 공급량은 12만1000가구인데 실제 입주 물량은 그에 크게 못 미치는 7만~8만 가구에 불과했다. 집값이 치솟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공급을 늘려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세금 중과, 대출 규제,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온갖 규제를 동원해 수요를 억제해왔다. 심지어 정부 허가를 받고 집을 사고파는 주택거래허가제까지 동원했다.

문 정권과 박 전 시장의 부동산 대책은 합리적인 '정책'이 아니라 표를 의식한 '정치'다. 재건축·재개발은 불가피하게 이득을 보는 사람이 생긴다. 하지만 이렇게 공급을 늘려가면 결국 집값은 안정된다. 모두에게 바람직한 상황이다. 그 기간을 기다리지 않고 당장의 '배 아픈 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해 재개발·재건축을 무조건 죄악시했다.

그 결과로 집값이 폭등하자 이번에는 취득세·보유세·양도세를 모두 강화해 집을 사지도, 갖지도, 팔지도 못하게 꽁꽁 묶어놓고는 세금 폭탄을 던지는 법안들을 쏟아냈다. 부동산 안정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주택 소유자를 징벌하는 법이다. 지금까지 22차례 대책 모두 '정치'가 개입해 실패로 끝났고 부동산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문 정부 3년간 아파트와 단독·연립주택 등을 포함한 서울의 전체 집값 상승률은 34%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간 24%를 훨씬 웃돈다. 아파트는 무려 52% 폭등했다.

이젠 전세 가격마저 폭등해 서민들 주거 공간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번 부동산 사태는 서민들에겐 아파트 값 문제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생존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정부 정책 실패의 직격탄을 무주택자들이 맞고 있다. 이런 참담한 상황을 만들어놓고도 민주당과 정부는 아직도 "과거 정부의 규제 완화 때문" "유동성 과잉 때문" "다주택 투기꾼 때문"이라며 남 탓만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4일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스물세 번째 대책이다. 이번에야말로 '정치'를 뺀 획기적 공급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