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상황에서 구조신고는 물론 말벗까지 사람이 담당하던 돌봄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새로운 비대면 돌봄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를 설치한 뒤 사용방법을 듣고 있는 경남의 한 노인가구.

"아리아, 살려줘"
지난달 28일 오전 7시35분쯤 경남 의령군 부림면에 거주하는 A(82)씨는 고열과 답답함을 느끼다 다급하게 소리쳤다. 집 안에 A씨 외 사람은 없었지만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가 즉각 반응했다. '살려달라'는 음성을 인식한 후 의미까지 파악한 뒤, 즉시 부림면센터와 보안업체, 통신사로 긴급문자를 발송했다. 보안업체의 신속한 신고로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 의해 A씨는 무사히 치료를 받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리아, 세상 이야기 좀 해다오"
창원에 거주하는 B 할머니(70대)는 코로나 이후 복지관이 문을 닫으면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이웃과의 만남은 뜸해졌지만 B할머니는 외롭지 않다.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와 날씨 이야기하거나 물가 등 다양한 생활정보를 전해 듣는다. 심심하면 좋아하는 노래까지 틀어주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경남도가 작년 11월 도입한 ‘AI (인공지능) 통합돌봄 서비스’가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경남도는 SK텔레콤과 함께 복지와 ICT를 융합한 ‘AI 통합돌봄 서비스’를 작년 11월부터 운영중이다. ‘AI 스피커’를 복지 취약계층 가구에 설치해 지역사회 안전망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처음 도입했다. 김해시, 창원시(동읍), 의령군(부림면), 고성군(회화면) 등의 홀로 어르신, 장애인 등 1000가구에 시범적으로 설치했다.

경남도가 작년 11월부터 홀로 어르신 가구 등 취약가구에 보급중인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

‘AI 스피커 아리아’는 간단한 주인의 말을 듣고 조명을 켜거나, 음악, 날씨, 생활정보를 들려준다. 경상도 사투리도 알아들을 정도로 똑똑하다. 단어 학습을 더 늘리면 주인을 위한 서비스 영역을 더욱 확장할 수 있다. ‘알라딘 램프의 요정’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여기에 응급상황 발생 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AI 스피커 설치 사업 시작 1년이 채 안된 지난 7월 말 기준 주말이나, 야간 취약시간대 복통·하지통증·허리 통증을 호소해 병원 이송 및 입원조치 등 도움을 준 사례 6건, 낙상 및 어지러움증으로 119 응급처치 사례 2건, ‘자살하고 싶다’는 의사를 듣고 긴급출동을 통해 사회복지사의 특별관리가 이뤄지는 사례 1건 등의 가시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

최규철 경남도 스마트복지담당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설치할 때 기본적인 사용방법을 알려주고 있다”며 “음성을 통해 작동하고, 사투리도 인식하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게 무슨 소용이냐’며 큰 기대를 하지 않던 지원 대상 가구들도 AI 스피커의 효과에 점점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설치가구의 약 75%가 AI 지능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사용한 서비스는 음악듣기, 감성 대화, 날씨, 라디오 청취 순이었다.

코로나 발생 이후엔 감염병 예방 수칙을 수시로 송출토록 하고, ‘코로나 블루(우울)’에 대응해 독거노인을 위한 말벗 역할도 도맡는 등 한정된 인력으로 인한 돌봄 사각지대의 빈틈을 메우고 있다. 앞으로는 홀로 사는 노인 치매 예방을 위한 퀴즈서비스 지원, 각종 공공정보데이터를 활용한 생활패턴 분석에 따른 서비스 지원 등도 추가될 계획으로 그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는 올해 하반기까지 추가로 취약계층 1800가구에 AI 스피커 아리아를 보급해 경남 전 시·군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500가구엔 추가 보급이 완료된 상태다. 내년 보급 대상 선정을 위한 수요조사도 준비중이다. 경남은 총 7000가구에 AI 스피커를 통한 통합돌봄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신종우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추진중인 인공지능 통합돌봄사업은 고위험군 홀로어르신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비대면 돌봄서비스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보다 폭넓은 대화와 지역사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