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이면서 최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잇달아 저격하며 이슈가 됐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전세가 집값 거품의 주범일 수도 있다. 정부가 잘 준비한다면 월세 위주의 시장에서 주택가격 안정이 가능할 것”이란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 인터넷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조 교수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는 모두가 월세를 내는 나라가 되어가게 될 것”이라며 “월세가 새로운 제도로 등장해도 정부가 제도적 준비만 잘하면 걱정할 일은 없으며, 오히려 그동안 전제 제도가 만들어온 집값의 거품을 빼는 호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여당 주도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통과시키자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전세 소멸을 앞당길 것”이라고 비판했고,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전세의 월세로의 전환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고 반박하면서 불붙은 논란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밝힌 글이다. 조 교수는 “정부가 월세 임대인에게 소득세를 징수하고 임차인의 소득공제·세액공제 등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며 “전세 살 때 내는 은행이자 정도만 내고 월세를 살 수 있게 된다면 월세가 전세보다 나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언론 등을 통해 조 교수 글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네티즌은 “돈 없는 서민들은 월세 내다가 난민 된다”고 했고 “월세가 좋은지 전세가 좋은지는 세입자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월세가 좋으면 본인들부터 집 팔고 월세로 살아라” 등의 댓글도 달렸다.

조 교수는 “전세가 집값 거품의 주범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저금리 시대에는 전세가 사라지는 게 당연하지만,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도 때문에 전세 제도가 억지로 연장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부는 투기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었고, 전세 임차인은 전세 대출을 받아 임대인의 갭투자를 도와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의 지적은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등 투기수요가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현 정부의 시장 인식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전세 제도가 있으니 주택을 매입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줄어들어 갭투자가 늘어나게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갭투자를 무조건 투기로 몰아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심리로 전세 끼고 집을 산 실수요자도 상당히 많다”며 “이런 사람들까지 모두 투기수요로 인식한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