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한 직후 이를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윤 의원은 이번 법 개정으로 전세 제도가 급작스럽게 소멸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아직도 전세 선호가 많은 상황에서 큰 혼란과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고 했다. 이어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1000만 전세 인구의 인생을 고통스럽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윤 의원의 비판이 정치권은 물론 서민들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얻은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얘기였기 때문이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의 임대차 거래 가운데 78.4%가 전세 거래였다. 하지만 이후 전세 매물은 급격히 자취를 감추고 있는 상황이다.

윤 의원은 "우리나라의 전세는 (임차인에게는) 고금리 시대 저축 기능을 가진 집 마련 수단으로, 임대인에게는 목돈과 이자 활용 수단으로 역할했다"며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이익이 됐던 제도로 평가했다.

그러나 저금리 여파로 임대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기 시작했고, 이번 법안이 이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임대인들은 당장은 전세 계약을 2년 연장해주지만, 2년 뒤에는 현재의 임차인을 내보내고 대폭 올린 '반(半) 전세'나 월세로 계약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윤 의원은 "전세는 임대차법으로 급작스러운 소멸의 길로 밀어 넣어졌다"며 "시장에서 전세 대란은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에서 전세 매물이 '제로(0)'가 된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있고, 7월 넷째 주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2015년 이후 최대가 됐다.

월세가 늘면 서민들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전세 거주자의 월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은 22.0%였던 반면, 월세 거주자는 32.1%였다. 전세 세입자는 소득의 5분의 1가량을 주거비로 지출하지만, 월세 세입자는 3분의 1을 주거비로 썼다.

윤 의원은 1990년부터 주택 임대차 계약의 기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법이 통과됐을 때 전세 가격이 30%까지 폭등했었다고 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1990년 2월 전셋값은 전월 대비 30% 가까이 뛰었다. 1989년과 90년 전셋값 상승률은 17.53%와 16.76%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