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으로 개학한 지난 4월에 한 달 가까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몸이 아프다면서 병가는 내지 않고 재택근무만 고집했다"며 "수업도 직접 하지 않고 다른 강의 인터넷 주소만 소개하는 식으로 부실하게 진행했다"고 했다. 이처럼 수업과 생활지도를 등한시하는 교사가 있어도 올해는 학생, 학부모 등이 평가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올해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교육계 일각에선 "지금도 교육방송(EBS) 시청과 과제 위주 수업이 많아 학생과 학부모 불만이 많은데 교원평가까지 하지 않으면 2학기에도 부실 수업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년 만에 코로나로 첫 유예

교육부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올해 교원평가를 시행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교원평가를 건너뛰는 것은 시행 10년 만에 올해가 처음이다. 2010년 전면 도입된 교원평가는 전국 모든 초·중·고교의 교장·교감·교사 등을 대상으로 매년 9~11월 사이 진행된다. 동료교원평가, 학생 만족도 조사, 학부모 만족도 조사 등 3개 평가로 구성되며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온라인 설문조사로 이뤄진다.

예컨대 중학교 담임교사에 대한 학부모 만족도 조사의 평가 지표는 학습 환경 조성, 평가 내용 및 방법, 기본 생활습관 지도 등 6가지이며, 지표마다 문항을 하나씩 제시한다. 학습 환경 조성의 경우 '선생님은 자녀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합니다'라는 조사 문항에 매우 그렇다·그렇다·보통이다·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 등 5단 척도로 답하는 식이다. 자유 서술식 문항엔 교사의 좋은 점 등을 적도록 돼 있다. 학생 만족도 조사도 이런 방식이다. 학교별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 결과는 '교사·학생 간 상호작용에 대한 학생 만족도 평균 4.08점' '평가 내용 및 방법에 관한 학부모 만족도 평균 4.43점' 등으로 매년 지표별로 공시된다.

◇전교조 "이참에 교원평가 없애자"

교육부는 교원평가를 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 상황에서 학교와 교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앞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올해 교원평가 유예를 제안했고, 교육부가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전국 교육청에 교원평가 유예와 폐지를 요구한 것에 교육감협의회가 호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의 전국 각 지부는 지난달 초부터 관할 교육청을 상대로 올해 교원평가 유예와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을 잇따라 했다. 이들은 "교원평가가 교육 공동체를 파괴하고 교원의 사기를 저하시키며 교사·학생·학부모 관계를 왜곡시킨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코로나가 일깨워준 교훈을 살려 불필요하고 잘못된 교육정책부터 과감하게 폐지·전환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교원평가를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학부모들 "원격 수업도 평가해야"

학교 현장에선 코로나 사태로 예년 같은 교원평가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면 유예는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등교일이 주 1~2회에 불과한 학교가 많고 원격 수업도 부실한데,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마저 안 하면 문제라는 것이다. 초등생 자녀를 둔 수도권의 한 학부모는 "1학기 총등교일이 열흘에 그친 데다 실시간 수업은 한 번도 없었다"며 "2학기도 이렇게 부실 수업이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지난 5월 교사 22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모든 수업을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한다고 답한 비율은 5.2%에 불과했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는 "동료 교원 간 상호 평가 부담을 줄이더라도 학부모와 학생 만족도 조사는 유지해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학교 자체 평가에서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적극 수렴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