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이겠다고 세탁기에 돈을 돌렸다가 훼손된 지폐(왼쪽).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 박멸을 위해 전자레인지에 지폐를 돌렸다가 불에 탄 모습(오른쪽).

경기도 안산에 사는 엄모씨는 부의금으로 받은 돈에 혹시라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까 봐 불안한 나머지 세탁기에 5만원권 등 수천만원을 넣고 돌렸다가 낭패를 봤다. 세탁 후 지폐는 처참하게 갈기갈기 찢어지고 녹아 없어진 상태. 이 돈을 들고 한국은행으로 달려왔지만 심하게 훼손된 돈은 교환받을 수가 없었다. 반액만 인정받은 돈 등을 포함해 엄씨가 교환받은 것은 2292만5000원. 1000만원 넘는 돈을 잃었다.

인천에 사는 김모씨도 코로나 예방을 위해 보관 중이던 지폐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가 그만 돈이 타버리는 사고를 당했다. 역시나 한국은행에 가져와 교환신청을 했지만, 전량 교환받지는 못했다. 그가 교환받은 것은 524만5000원이었다.

31일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 폐기한 손상 화폐는 3억4570만장으로, 1년 전 같은 때보다 50만장(0.1%) 늘었다고 밝혔다. 액수로 따지면 2조6923억원어치다.

지폐는 3억340만장(2조6910억원)이 버려졌다. 만원권이 2억2660만장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천원권(8560만장), 5000원권(1260만장), 5만원권(550만장) 순이었다.

손상 이유로는 습기에 의한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에 따른 손상이 4만2200장(10억2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화재(3만7900장, 13억2000만원), 세탁·세단기 투입 등 취급 부주의(1만4300장, 1억9000만원)에 따른 손상도 많았다.

한은은 지폐가 원래 면적의 4분의 3 이상 남아있으면 모두 새 돈으로 바꿔준다. 남은 면적이 5분의 2 이상~4분의 3 미만이면 절반만, 5분의 2 미만이면 바꿔주지 않는다. 동전은 모양을 알아볼 수 있다면 전액 교환해준다.

한편 한국은행은 혹시라도 지폐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어 전파되는 일이 없도록 각 금융기관에서 한은으로 들어오는 화폐를 2주간 금고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생존 기간이 지난 후에 돈을 다시 유통시키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되다 한은으로 들어오는 화폐는 정사(整査)기를 통해 위·변조된 것과 손상된 것을 제외하고 새로 포장되는데, 이 과정에서 섭씨 150도 고열에 2~3초가량 노출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사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