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만해대상 문예부문 수상자로 소설가 김주영(81)과 시인 신달자(77)가 선정됐다. 김주영은 조선시대 보부상을 다룬 ‘객주’(전 10권) 등 역사소설뿐 아니라 세태·성장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창작 활동을 펼치면서도 항상 개인과 시대의 충돌이 빚어내는 이야기를 형상화했다. 신달자는 지금껏 열여섯 권의 시집을 내면서 세속적 일상의 고통을 서정적으로 승화시키는 시 세계를 지향했고, 가톨릭 신앙에 바탕을 둔 성(聖)스러움의 축복을 노래해 왔다. 두 수상자가 조선일보사에서 만나 대담을 나눴다. 올해 만해대상 시상식은 8월 12일 오후 2시 강원도 인제읍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린다.

만해문예대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김주영(오른쪽)과 시인 신달자씨는 “만해가 고통의 중심에 늘 서 있었고, 문학은 고통 속에서 위로를 뽑아내는 것”이라고 한결같이 말했다.

―평소 만해의 삶과 문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왔나.

김주영(이하 김):"만해는 늘 시대적 고통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젊어서는 동학혁명에 참여했고, 승려가 된 뒤 3·1 만세 운동을 이끌었다. 일제의 회유에 넘어가지 않은 채 감옥살이도 기꺼이 했다.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의 문학이 더 빛난다. 애국계몽기에 많은 선각자가 서양을 추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구 문명에 경도됐을 때 만해는 절간에 들어가 승려가 됐다. 그는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주관대로 살면서 개혁승, 독립운동가, 종교사상가, 시인으로 활동했다. 우리가 본받을 점이다."

신달자(이하 신):"만해는 정신적 힘과 초월적 세계관을 통해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인내심이 강했다. 끝까지 밀고 가는 도전의식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시집 '님의 침묵'은 여성 화자(話者)를 내세워 진주처럼 고운 시를 지었다. 가령, '수(繡)의 비밀'이란 시에서 '나는 당신의 옷을 다 지어 놓았습니다/ 심의(深衣)도 짓고 도포도 짓고 자리옷도 지었습니다/ 짓지 아니한 것은 작은 주머니에 수놓는 것뿐입니다/…/ 이 작은 주머니는 짓기 싫어서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짓고 싶어서 다 짓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여성이 아니면서도, 바느질을 통해 '나'와 '님'의 연계성을 짓는다는 발상이 매우 여성적이기 때문에 여성에 대해 이해가 상당히 깊었음을 알 수 있다."

―만해의 삶과 사상을 오늘에 비추어 본다면.

:"한마디로 '대덕(大德)'이다. 그 외의 평가는 전부 잔소리다. 오늘날 우리는 시류에 민감하게 살면서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풍조에 젖어 있다. 그러나 만해는 옳고 그른 것을 주관대로 판단했다. 요즘 내가 고통스럽게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정의란 무엇인가'란 질문이다. 굉장히 난해한 시대에 처해 있는데, 만해의 대덕에서 배울 점이 많지 않은가. 나는 만해 문학에 대해 시 몇 구절 아는 게 전부인데, '님'이 누구인가에 대해 폭넓은 해석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 만해의 탁월함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어른과 닮은 점이 있다면, 그가 머물렀던 백담사, 내장사, 화엄사, 통도사, 송광사, 범어사 그리고 금강산 표훈사까지 다 가봤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니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신기하게도 길이 막힌 곳에 늘 절이 있고 그 반대쪽 끝엔 장터가 있다. 만해는 그래서 불교의 대중화를 시도한 듯하다."

:"만해를 되돌아볼 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라는 시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영혼성이 전부 거기에 함축돼 있다. 만해는 끝이 없는 세계를 지향하면서 자기를 불태웠다. 만해의 시는 여성 화자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김소월과 비슷하지만, 소월의 여성이 나약한 것에 비해 만해의 여성은 강인하다."

―요즘 현실에서 문학이 할 일은 무엇인가.

:"문학은 창작을 통해 '나'를 찾는 것이다. 독자도 문학을 통해 '나'를 찾는다. 독자가 내 시를 읽으면서 '아, 이 사람도 나처럼 없는 게 있구나, 상처를 입었구나' 공감하면서 위로를 얻고 살아갈 힘을 되찾게 해야 한다. 그게 문학이 할 일이다. 한데, 요즘 젊은 시인들에겐 기교와 난해성이 유행하는 듯하다."

:"러시아 시인 푸시킨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했다. '문학이란 위로'라는 말의 표본이다. 그런데 요즘 문학이 이념적으로 경도돼 있어, 문학의 위로라는 본질에서 많이 벗어난 경향이 있다. 중용(中庸)이 필요하다."

―각자 상대의 문학을 어떻게 읽어왔나.

:"김주영 하면 '객주' 아닌가.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한국인의 삶과 한을 만난 작가'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바닥을 꿰뚫어 보면서 그 바닥에 떨어진 우리말을 무지하게 집어왔다. '객주'는 우리 문단의 큰 수확이다."

:"신달자의 시는 고통에서 출발하면서, 그 속에서 위로를 뽑아낸다. 그 능력이 탁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