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를 실은 아틀라스V 로켓이 30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미국이 30일(현지 시각) 이동형 탐사로봇(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인내)’를 화성으로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퍼시비어런스의 임무는 인류 역사 최초로 화성의 토양을 채취해 지구로 돌아가는 탐사선에 넘기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날 오전 7시50분(미 동부시간 기준·한국시간 30일 오후 8시50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퍼시비어런스를 실은 아틀라스V 로켓을 발사했다. 퍼시비어런스는 약 5억500만㎞를 날아가 내년 2월18일 ‘예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하게 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 표면에서 탐사 임무를 수행하는 상상도.

◇최첨단 탐사로버 퍼시비어런스, 유인 탐사의 꿈 싣고 화성으로

미국의 다섯번째 화성 탐사 로버인 퍼시비어런스는 지금까지 제작된 로버 중 가장 크고 무겁다. 바퀴가 6개 달렸는데 길이가 3m, 무게는 1025㎏으로 크기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만 하다. 과거 탐사 로버들보다 훨씬 더 첨단화된 퍼시비어런스는 센서와 연산능력이 강화돼 웬만한 것은 지구관제소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자율적으로 판단해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퍼시비어런스의 1차 임무는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다. 예제로 크레이터는 물이 흘러들던 고대 삼각주로 추정되는 곳으로, 이곳에서 유기 분자와 미생물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퍼시비어런스는 2.1m 길이 로봇팔 끝에 달린 드릴로 암석을 시추해 시료를 분필 크기로 직접 채취할 수 있다. 퍼시비어런스는 이런 시료 43개를 만들어 보관한 뒤 다음에 화성에 오는 탐사선에 넘겨주게 된다.

퍼시비어런스는 유기물을 찾아낼 수 있는 '서식가능 환경 유기물 및 화학물질 라만 및 형광 스캐닝(SHERLOC)' 장비와 암석과 토양의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행성 X선 리토체미스트리 장비(PIXL)'를 탑재하고 있다. 퍼시비어런스는 암석에 기록된 기후와 지질사를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는 같은 암석형 행성인 지구와 화성이 어떻게 엇갈린 환경을 갖게 됐는지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퍼시비어런스는 또 화성 대기의 96%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뽑아내는 실험도 한다. 이는 화성 대기에서 추출한 산소를 로켓 추진 연료와 호흡용으로 쓸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퍼시비어런스에 장착된 ‘화성 환경역학 분석기(MEDA)'는 화성의 기상과 기후 등에 대한 정보를 분석한다.

무게 1.8㎏짜리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Ingenuity·독창성)’의 화성 하늘 비행 실험도 진행된다. 다양한 장비를 갖고 여러 실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퍼시비어런스의 의미를 화성 유인 탐사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화성 탐사 독보 지위 美, 中·UAE 등도 이달 탐사선 발사하며 ‘추격’

중국의 첫 화성 탐사선 톈원(天問)-1호를 실은 창정(長征)-5 Y4 로켓이 23일 하이난성의 원창 우주발사장 발사대를 이륙하고 있다.

화성 탐사에서 미국은 그동안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지금껏 화성 표면에 닿는 데 성공한 국가는 미국과 옛 소련뿐이다. 가장 먼저 화성에 도착한 기록은 1971년 12월 2일 옛 소련의 마스3호가 갖고 있지만, 마스 3호는 착륙 직후 통신이 끊기며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유럽우주국(ESA)은 화성 착륙을 여러번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반면 미국은 1976년 7월 20일 바이킹 1호부터 시작해 통산 8번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화성에서 탐사 로버를 운용한 것도 미국이 유일하다.

그러나 우주분야에서 중국 등의 부상이 심상치 않으면서 우주 패권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일 아랍에미리트(UAE)는 화성 탐사선 ‘아말(أمل·희망)’을, 지난 23일 중국은 화성 탐사선 ‘톈원(天問· 천국에 대한 질문) 1호’를 쏘아올렸다.

중국은 지난해 1월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우주선 창어(嫦娥·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선녀) 4호를 안착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현재 화성을 향해 비행하고 있는 톈원 1호는 화성 탐사 최초로 궤도선·착륙선·로버를 동시에 운용한다. 톈원 1호는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하고, 5월쯤 화성 표면에 로버가 실린 착륙선을 내려보낼 예정이다. 중국은 이번 탐사에서 물과 얼음을 찾고 토양과 암석 성분을 분석할 계획이다.

아랍권 최초의 화성 탐사선인 UAE의 아말은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하면서부터 사상 최초로 화성의 대기를 1년 연속 관찰한다. 아말의 주임무는 화성 대기에서 수소와 산소가 희박해진 원인을 찾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