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 측과 서울중앙지검 양측 주장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그린 것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29일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은 것을 두고 IT·통신업계에서는 “검찰이 굳이 물리적 힘을 사용하면서까지 왜 유심카드를 압수하려했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휴대전화 유심카드는 저장 기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검찰이 증거 확보를 이유로 한 검사장의 유심카드 압수에 나선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IT통신업계에서는 “검찰이 압수했던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잠금장치를 풀지 못하자 유심카드 압수를 핑계로 비밀번호를 알아내려고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심카드 용량 수십 KB 불과, 아이폰 유심은 전화번호도 저장 안돼

통신 전문가들은 “유심 카드는 통신 기능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 저장만 가능하기 때문에 여기서 수사에 필요한 증거를 얻으려 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유심 카드는 통신사 가입자를 식별하는 개인 정보가 저장돼 있다. 유심카드를 스마트폰에 꽂아야 통신사 기지국과 연결돼 통화·문자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다.

다만 유심카드에는 개인식별정보 외에도 통화기록·문자메시지 뿐 아니라 사진도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장 공간이 수십 KB(킬로바이트)에서 1MB(메가바이트)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용량이 훨씬 큰 SD카드 등 메모리칩에 사진·문서 등을 저장하기 때문에 유심칩에는 개인 식별 번호 외에는 정보가 거의 들어있지 않다.

게다가 한 검사장이 사용하는 애플의 아이폰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인 갤럭시와 같은 안드로이드폰과 달리 유심칩에는 전화번호·문자메시지 저장이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아이폰4 모델부터 유심 칩 크기를 줄이고 있어 안드로이드 기종과 달리 아이폰에서는 사실상 유심에 개인식별정보 외에는 정보 저장이 안된다”고 말했다.

◇아이폰 비번 풀기 위해 유심 압수?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유심칩에 든 일부 개인 정보를 토대로 한 검사장의 아이폰 잠금해제를 풀 비밀번호 조합을 알아내려 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16일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처음 압수했지만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디지털 포렌식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웅 형사1부장 부장검사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검사장이 스마트폰 비번을 해제하는 순간 이를 뺏으려든 것도 결국 휴대전화 잠금장치를 풀지 못한데 따른 ‘꼼수 압수수색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검사장은 그동안 쓰던 스마트폰은 검찰에 압수된 상태였고, 이후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해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장은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순간, 정 부장검사가 ‘잠금해제를 페이스 아이디(얼굴인식)로 열어야지 왜 비번을 입력하느냐’면서 물리적으로 제압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정 부장검사 측은 “압수물 삭제 등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 휴대전화를 직접 압수하려다가 함께 넘어진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한 통신업체 임원은 “얼굴인식으로 스마트폰 잠금을 풀든 비번을 입력해 잠금을 풀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서 “비번을 입력했다는 이유로 압수물 삭제 가능성을 운운하는 검찰 주장은 엉뚱한 핑계에 불과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아이폰은 기술적으로 암호를 풀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 검사장이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순간 이를 압수해 내용을 분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