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대거 주식 투자에 뛰어든 20~30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1990년대 중반 출생자)의 최우선 재무 목표는 '내 집 마련'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다 보니 젊은 세대들의 내 집 장만에 대한 강박도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이들은 미래 경제 성장에 따른 자산 축적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관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은 멀어졌지만… 그래도 목표는 '내 집 마련'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29일 '밀레니얼 세대, 신(新) 투자 인류의 출현'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전국 25~39세 남녀 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최우선 재무 목표가 무엇이냐'(복수 응답)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61%)가 꼽은 것은 '주택 구입을 위한 재원 마련'이었다. 두 번째는 '은퇴자산 축적'(50%)이다. '결혼 자금 마련'을 꼽은 사람은 29%에 불과했다.

연구소는 "최근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주거 안정에 대한 니즈(필요성)가 더욱 절실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응답자 중 자가 거주 비율은 34%였다. '내 집 마련이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71%에 달했다. 이들은 향후 부(富) 축적에 대한 전망도 회의적이었다. 응답자의 68%가 미래에는 경제 성장과 자산 축적이 더욱 힘들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상당수가 금융 투자에 대해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4명 중 3명(75%)은 향후 반드시(11%) 또는 대체로(64%) 금융 투자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투자를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 극복'(78%)이었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 정기 예금 이자율이 0%대에 머물자 젊은 세대들이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를 대신해서'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지만 응답 비율(12%)은 한참 낮았다.

한편 코로나 사태 이후 폭락장에서 수많은 개인 투자자가 '동학 개미 운동'에 참여한 현상은 상당수 젊은 세대에게 투자에 눈뜨도록 한 계기가 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금융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42%로, 전보다 관심이 낮아졌다는 응답(8%)보다 훨씬 높았다.

절반 이상은 '해외 투자가 국내 투자보다 안전'

밀레니얼 세대의 투자 성향은 응답자의 절반 이상(58%)이 연간 5~10%의 중·고 수익을 추구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자산은 주식(30%)이었고, 이어 주식 및 채권 혼합형 펀드(27%)와 채권 투자(23%), 주식형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 13%) 등의 순이었다. 투자 자산을 3개까지 고르도록 했을 경우 주식을 선택한 비율은 전체의 60%에 달했다. 주식 직접 투자에 대한 선호가 채권 및 간접 투자보다 높은 것은 젊은 세대들의 적극적 투자 성향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해외 주식 투자가 국내 주식 투자보다 위험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절반 이상(58%)이었다. 반면 대조군으로 설문에 참여한 50대 응답자(조사 대상 300명)에서는 이 비율이 41%로, 17%포인트가량 낮았다.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국내 투자와 대등하거나 더 많다'고 답한 젊은 세대는 45%였으며, 32%는 해외 주식 투자를 이미 경험했거나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가 투자 정보를 주로 얻는 창구는 인터넷 등 비(非)대면 채널이었다. 인터넷 투자 전문 사이트 검색이 59%로 가장 많았으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52%), 유튜브 등 뉴미디어 채널(38%)이 뒤를 이었다. 주변 지인 등 인적 정보를 활용한다는 비율은 37%로 가장 낮았다. 50대 이상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금융 기관에 직접 방문하거나 재무 전문가를 통해 투자 정보를 얻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박영호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센터장은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주식 투자 열풍이 한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건전한 투자 문화로 이어지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