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동 도쿄특파원

일본은 요즘 무서운 속도로 코로나19가 재확산 중이다. 지난 23일 도쿄도(都)에서만 하루 366명이 신규 확진돼 300명 선이 처음 깨졌고, 다음 날 오사카부(府)에서도 환자 149명이 나와 1일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 전역의 하루 환자 수는 1000명을 돌파할 기세다. 이곳에서 즐겨 쓰는 표현으로 코로나 '제2파(波)'가 도래한 게 확실해졌다.

'미스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코로나가 다시 번진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을 두 달 전으로 돌려보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5월 25일 코로나 대응 긴급사태를 조기 해제하면서 "일본 모델의 힘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동 금지 등 강제 조치 없이 '일본만의 방식'으로 1개월 반 만에 코로나 유행을 거의 수습했다"며 "일본의 대응은 세계에서 모범"이라고 했다. 코로나 창궐 이후 미숙한 대응으로 질타를 받아왔던 아베 내각은 "너무 이르다"는 우려에도 해제를 단행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일본만의 방식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사실 아베 총리가 일본 모델의 승리를 선언했을 때 해외의 시선은 '의아함'에 가까웠다. 코로나 사태 처음부터 번번이 헛발질을 해왔기 때문이다. 2020 도쿄올림픽(1년 연기) 정상 개최에 집착하다 초기 대응 시기를 놓쳤고, 수천억원을 들여 전국에 천 마스크를 배포했으나 기능이 부실해 '아베노마스크'란 조롱만 들었다. 여론에 떠밀리듯 뒤늦게 실시한 긴급사태는 강제력 없이 시민 참여에 기대는 반쪽짜리였다.

이런 일련의 실책 속에서도 지난 5월 감염자가 줄어들자 BBC는 "전문가들이 신기해하고 있다"고 썼다. 런던킹스칼리지 인구보건연구소 시부야 겐지 소장은 BBC에 "엄격한 조치가 없었는데도 사람들이 순응했다. 운이 좋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성공으로 포장됐던 일본 모델은 실패로 드러났다. 헛발질은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6월 출시된 '코로나 감염 정보 통지' 스마트폰 앱은 보급률이 전 인구의 10%도 안 된다. 아베 총리가 "60% 정도 보급되면 큰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던 앱이다. '코로나 검사 하루 2만건'이란 약속도 요원하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 재확산 속에서도 국내 여행 장려 정책을 강행했다. "더 적극적인 검사" 같은 주장은 몇 달째 허공만 맴돌고 있다.

결국 지지율 하락을 막으려는 '정치적 결정'과 '정책의 실패'로 시민들이 다시 끝 모를 고통에 던져졌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코로나 재확산을 '일본 모델'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총리의 인식을 묻고 싶다"고 했다. 거창한 구호로 실정(失政)을 가리고 시민과 의료진이 이룬 공을 가로채 여론전을 펼쳤지만 허상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일본 아베 정권의 행태가 왠지 남 일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