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교통섬에 세워져 있던 상무대 옛터 표지석이 최근 차량에 부딪혀 파손됐다.

육군 군사교육시설인 상무대(尙武臺) 옛터에 남아 있는 표지석을 파손한 운전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서부경찰서는 28일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A(30)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3일 오전 4시20분쯤 차량을 몰고가다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도로 중앙분리대 교통섬에 세워진 ‘상무대’ 표지석 기단부를 들이받은 뒤 별다른 조치 없이 차량을 버려둔 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운전석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주우려다 사고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파손된 기단부가 최근 장맛비에 허물어지면서 표지석은 바닥에 쓰러져 있다.

이 표지석은 지난 1952년 문을 연 육군 교육시설 ‘상무대’를 알리는 비석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로 쓴 한자가 새겨져 있다.

상무대가 지난 1994년 전남 장성군으로 이전한 뒤 표지석만 본래 자리에 남아, 이곳이 과거 군사교육시설 상무대 자리였음을 알리고 있다.

상무대는 육군 최대 군사교육 시설로, 지난 1952년 보병·포병·기계화·화학·공병 등 5개 병과 학교를 아울러 출범했다. 육군 전투병과교육사령부가 있던 이곳에서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주요 지휘관 회의가 열렸다. 5·18 시민수습위원들이 몇 차례 드나들며 군 수뇌부와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항쟁 뒤에는 시민 3000여명이 붙잡혀와 헌병대 영창에서 무자비한 고문과 구타를 당했고, 상무대 군사법정에서 사형·무기징역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상무대 옛터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인정받아 5·18 사적지 17호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