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채널A 기자와 '검·언 유착' 의혹을 받아온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압도적 다수로 권고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추미애 법무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무리하게 수사를 끌고 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 수사팀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다수였지만 이 지검장이 밀어붙였다는 얘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KBS의 '부산 녹취록 오보(誤報)'에 현직 검찰 간부가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특임 검사를 도입해 '권·언 유착'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수사팀 내부서도 이동재 영장 반대

이 사건에는 호남 출신 검사들이 대거 배치됐다. 15년 만의 지휘권 발동으로 추 장관에게서 수사 전권을 위임받은 이성윤(전북 고창) 서울중앙지검장을 필두로 지휘 라인은 이정현(전남 나주) 1차장, 정진웅(전남 고흥) 형사1부장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이 지검장이 추가로 투입하거나 수사에 관여하도록 한 신성식(전남 순천) 3차장, 전준철(전남 보성) 반부패2부장, 정광수(전북 전주) 조사부 부부장도 호남 출신이다. 검사들은 "이 중 일부는 현 여당 실세와 같은 호남 특정 고교 출신"이라는 말도 했다.

지난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검언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가 나오자 검찰 내부에선 “추미애 법무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무리하게 수사를 끌고 왔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진은 이성윤(왼쪽) 지검장과 한동훈 검사장.

그러나 이들의 지휘를 받는 수사팀의 부부장급 이하 검사 상당수가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선 "무리하다"는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웅 형사1부장도 이를 보고했지만 이 지검장이 강행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또한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2월 13일 부산고검에서 나눈 대화인 '부산 녹취록'을 근거로 두 사람을 공범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부장검사 중에서도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한 검사장 공모 혐의를 이 전 기자 구속영장에 넣느냐를 놓고 수사팀 내부에서 격렬한 반대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했다. 결국 수사팀은 이 전 기자 구속영장에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했다.

◇"구속영장이 허위 공문서 수준"

이후 이 전 기자 측이 부산 녹취록 전문(全文)과 녹음 파일, 구속영장 내용 일부를 공개하자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구속영장이 허위 공문서 수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구속영장에는 "한동훈을 찾아가 피해자(이철 전 VIK대표)와 그 가족을 압박해 유시민 등에 대한 범죄 정보를 얻으려 한다는 사실 등을 말했다"며 "이에 한동훈은 '그런 거는 해볼 만하다. 그런 거 하다가 한두 개 걸리면 된다'고 말했다"고 돼 있다. MBC는 지난 20일 이러한 영장 표현과 논리 구도를 그대로 베껴 쓴 듯한 보도를 했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측은 "'그런 거는 해볼 만하다'는 한 검사장의 대답은 다른 맥락에서 따로 한 것인데 질문과 대답의 선후를 뒤바꿔 기재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이 전 기자 영장심사를 앞두고 투입된 검찰 간부가 영장판사에게 제시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그런 식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부장검사는 "대화의 순서를 바꾼 뒤 한 검사장이 '신라젠 의혹 제기'를 공모한 것처럼 영장을 구성한 것은 악의적 편집"이라고 했다.

◇"특임검사에게 수사 맡겨야"

서울중앙지검은 "한 검사장 휴대전화 포렌식도 못 하고 피의자(한 검사장) 1회 조사도 완료하지 못했다"며 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 권고를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추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한 검사장을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수사팀은 이 전 기자 영장심사에 이어 수사심의위에서도 '부산 녹취록'을 비롯해 언론에 공개된 자료 외의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선 "이 상태 그대로 한 검사장을 기소한다면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5월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수사팀 정광수 부부장이 채널A 고위 인사를 만나 이 전 기자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제출받은 것이 '불법 압수수색'이라고 한 법원 결정도 수사팀엔 새로 돌출된 악재다.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에게 부여된 수사지휘 전권을 회수하고 특임검사에 수사를 맡기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