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24일(현지 시각) 폐쇄됐다. 중국 외교관들이 빠져나간 직후 미국 정부 요원들은 영사관 뒷문을 망치 등으로 강제로 열고 들어가 건물을 접수했다. 그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 측에서 폐쇄 통보를 받은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도 25일 영사관 표지를 내리고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

미국이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라는 강경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코로나 백신 개발 경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내·외신 기자 브리핑에서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은 백신을 처음 시장에 내놓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해왔고, 그런 의학적 관련성을 나는 놓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휴스턴의 의학적 관련성은 또한 상당히 구체적"이라고 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정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휴스턴에서 코로나 백신과 관련된 정보를 훔치려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휴스턴에는 세계 최대 의학 클러스터 중 하나인 '텍사스 메디컬 센터(TMC)'가 있다. 세계 최고의 암 병원인 MD 앤더슨 암센터, 세계 최대 아동병원인 텍사스 아동병원, 베일러 의대 등이 모여 있다.

특히 이곳에는 '텍사스 아동병원 백신 개발 센터'가 있다. 사스 백신 개발에 참여했던 이 센터는 현재 코로나 백신 개발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휴스턴에서 남쪽으로 85㎞쯤 가면 나오는 멕시코만 연안의 작은 섬 갤버스턴에도 주요한 백신 개발 시설인 '실리 백신 과학 연구소'가 있다. 미 정보기관 고위 당국자는 "휴스턴 총영사관이 여러 연구센터를 목표로 삼은 인재 포섭 활동을 지난 10년간 50건 이상 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과 관련돼 현재 진행 중인 방첩 수사만 약 2000건이고 10시간마다 한 건씩 새로운 수사를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중국인 연구원 탕쥐안은 24일 밤 FBI에 체포돼 새크라멘토 구치소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군의대학 소속인 것을 숨기고 미국에 입국해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의학 관련 연구를 해왔다.

중국 측은 이에 대해 "중상모략"이라는 입장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최근 미·중 갈등과 관련해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철저히 중단시키려는 기도"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공격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3일 닉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한 '공산주의 중국과 자유세계의 미래'란 제목의 연설도 그중 하나다. 그는 중국 공산당을 "프랑켄슈타인(시체로 만든 괴물)"에 빗대며 "시진핑 총서기는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했다. 외교 수장의 연설로 보기 어려운 직설적이고 감정적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 행동을 바꾸는 것은 중국인들만의 임무일 수 없다. 자유 국가들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일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중국 공산당과 중국인을 분리하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연설에서 그는 시진핑을 '국가주석'이 아닌 '공산당 총서기'로 지칭했다. 중국인 전체가 아닌 공산당의 수장으로 표현한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폼페이오가 시진핑을 총서기로 부른 게 이달 들어서만 15번째라고 25일 보도했다. 넉 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중국을 압박하는 측면도 있지만 발언 수위로 볼 때 또 다른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