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증시 주변으로 몰리는 자금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저금리 여파 등으로 3000조원 넘는 돈이 시중에 풀린 영향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053조9000억원이다. 지난 4월(3018조6000억원)에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선 뒤에도 빠르게 불어나는 추세다.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외에 MMF(머니마켓펀드)·2년 미만 정기예적금·수익증권·CD(양도성예금증서)·RP(환매조건부채권)·2년 미만 금융채 등 현금화가 쉬운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 가운데 상당 부분은 부동산 시장으로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521조696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그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858조1196억원으로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은행권 대출만 보면, 올해 상반기 가계 대출 증가분인 40조6000억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이 32조2000억원을 차지한다.


시중 5대 은행에서 올해 나간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주택구입자금' 용도로 대출을 받아간 비중은 대략 40~90% 수준이다. 올들어 늘어난 주택담보대출(32조2000억원) 가운데, 어림잡아 65%인 21조원 정도가 부동산에 투자됐다고 추측할 수 있다.


증시도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6월 46조1819억원을 기록해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융자 잔고도 이달 10일 13조원을 넘어섰다.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며 자산 가격을 지나치게 올려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 대응해 당분간 한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유지될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금리 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