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2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부터)과 조 바이든 부통령,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대화하고 있다.

미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수전 라이스(55) 전 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을 부통령으로 지명하거나 혹은 국무장관 등으로 중용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지난 2017년 8월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북핵 용인론’을 주장하는 등 북한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북핵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면사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WP는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이 라이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할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다른 후보들보다 바이든과 오랜 관계를 맺어왔고 서로 신임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바이든은 부통령 후보로 “4명의 흑인 여성”이 있다고 했고, 자신과 “마음이 맞는(simpatico)” 사람을 지명하겠다고 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2009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했고, 2013년 7월부터 2017년 1월까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료로 수시로 백악관에서 바이든과 소통해온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발레리 자넷은 WP에 “수 많은 모임에서 두 사람을 관찰했다”며 “상호 존중과 교감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지난 2016년 4월 백악관에서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가운데)과 조 바이든 부통령(왼쪽),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군 지휘부와의 모임을 위해 함께 앉아 있다.

물론 라이스 전 보좌관은 임명직만 맡았기 때문에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엔 부족하는 반론도 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의 부통령은 득표력에서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지명되는 경우가 많아, 상원의원 등 선출직이 지명되는 경우가 많다.

WP는 그러나 라이스의 부통령 지명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그녀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이나 다른 고위직에서 영향력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바이든이 당선돼 라이스가 부통령이나 국무장관 등 미 행정부의 최고위직 중 하나로 올라설 경우 한반도 문제는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북핵 외교는 예측할 수 없는 변칙의 연속이었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선 북핵이 사실상 용인될 수 있는 것이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지난 2017년 8월 NYT 기고문에서 당시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거론됐던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 가능성을 비판하면서 전쟁을 막기 위해 “냉전기간 수천 개의 소련 핵무기를 용인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실용적일 필요가 있다”며 “북한 김정은이 생존을 위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라이스 전 보좌관은 “대부분의 평가에 따르면, 김정은은 악랄하고 성급하지만 비이성적인 것은 아니다”며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핵무기의 어떤 사용도 북한의 소멸을 초래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 전통적인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 강화와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대북 정보유입 등을 주장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본지에 “(바이든쪽) 일부는 북한에 대한 핵동결 아이디어를 추진해왔다”며 “그들(바이든의 일부 참모)은 핵동결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임시적인 것이라고 부르겠지만 이는 (결국) 최종적인 단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