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고 조용재

제75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이 23일 장맛비 속에서 막을 올렸다. 질퍼덕한 그라운드 때문에 경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교 선수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이날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설악고와의 고교야구선수권 첫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선 부산공고 3학년 우완 투수 조용재도 시시각각 변하는 빗방울 굵기와 바람 방향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 던졌다.

조용재는 이날 던진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23㎞에 불과했다. 슬라이더는 시속 100㎞를 갓 넘었고 커브 구속은 두 자릿수였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력과 예리한 코너워크로 상대 타자를 요리했다. 마치 프로야구 두산 좌완 투수 유희관을 보는 것 같았다.

조용재는 이날 6이닝 동안 설악고 타자를 상대로 3피안타 2볼넷만 내주고 1점만 내줬다. 탈삼진은 1개. 부산공고가 7대2 로 이기며 승리투수가 된 그는 경기 후 "변화구 제구에 자신 있다. 포수가 원하는 대로 정확히 던지려고 했다"며 "팀 수비진을 믿고 땅볼이나 뜬공 등 맞춰 잡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갔다"고 했다.

부산공고 선수들이 23일 빗속에서 벌어진 설악고와의 1회전 대결에서 7대2 승리를 거둔 뒤 환하게 웃는 모습.

조용재는 1학년 말 오른쪽 어깨 부상을 당한 뒤 1년 넘게 치료와 재활을 반복하다가 지난 6월 말 시작된 주말리그부터 본격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 때문에 프로팀 스카우트들의 주목도 받지 못했다. 조용재는 "작년 미 프로야구 월드 시리즈 우승을 이끈 워싱턴 내셔널스의 에이스 맥스 셔저(36)를 보면서 '나도 큰 무대서 잘 던지고 싶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며 "이번 대회에선 동료들과 힘을 합쳐 4강 이상을 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단 16안타를 몰아친 타선에선 4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한 2학년 권정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첫 경기는 군산상고가 순천효천고에 4―3으로 앞선 3회 말 도중 우천으로 서스펜디드(일시 정지) 선언됐다. 이 경기는 24일 오전 10시 30분에 속개된다. 인창고―대전제일고, 신흥고―신일고(이상 목동), 부천고―광주동성고, 경기고―물금고(이상 신월) 경기는 비로 인해 24일로 연기됐고, 전체 대회 일정도 하루씩 미뤄졌다.

※ 목동야구장에서 치러지는 모든 경기는 대회 홈페이지(www.hsbaseball.kr)를 통해 생중계된다. 경기 일정 변경 문의는 대회 사무국(02-2061-4416)과 홈페이지를 통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