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이어 마포에서도 30평대 아파트 가격이 20억원에 육박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연말 12·16 대책을 통해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을 금지했고 최근 ‘현실화’라는 명분으로 고가주택의 공시가격까지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하고 서울 인기지역 집으로 갈아타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고가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르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2일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 전용면적 84㎡가 이달 10일 17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이 지난달 8일 15억7000만원에 거래됐으니 한 달 사이 2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올해 2월 입주한 이 아파트는 2호선 이대역이 가까워 수요가 많다. 지금 나와있는 매물의 호가(呼價)는 19억원에 달한다.

같은 구(區) 현석동의 신축 아파트 ‘래미안 웰스트림’ 84㎡는 지난달 18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한강이 보이는 일부 매물은 호가가 20억원에 달한다.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신촌숲 아이파크 등도 84㎡ 호가가 17억~20억원 수준이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 신촌숲 아이파크의 전경. 최근 30평대 매도 호가가 20억원까지 치솟았다.

성동구 옥수동 ‘옥수파크힐스’ 84㎡도 이달 1일 18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들 지역 신축 아파트 59㎡의 호가도 대출 한계선인 15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마포·용산·성동구의 신축 대단지들은 2016년 이후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뒤를 이어 ‘마·용·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난 연말 대출 규제가 강화될 때만 해도 업계에서는 “단기간에 집값이 올라 15억원을 넘어선 곳은 당분간 더 오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서울 주택 공급물량이 줄어드는데다, 이달 말부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공급 절벽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수요가 증폭됐다. 그 결과 예상과 달리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강북에서도 30평대 아파트값이 20억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