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

애플이 2030년까지 제품 공급망과 제품 생산에 탄소 중립화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애플의 모든 기기 생산 과정에서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2030년까지 ‘제로(0)’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21일(현지시각)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2020 환경 보호 성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75% 저감하고, 혁신적인 탄소 제거 솔루션을 개발해 자사 전체 탄소 발자국(이산화탄소 총량)의 나머지 25%를 감소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팀 쿡 애플 CEO는 “기후 변화 대응은 새로운 시대의 혁신 잠재력, 일자리 창출, 탄탄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며 “탄소 중립화를 위한 노력을 통해 애플은 작은 파문이 연못을 가득 채우듯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첫 발걸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2030년까지 모든 생산과정과 공급망에 100% 탄소 배출 '0'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희토류는 100% 재활용

애플은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저탄소 및 재활용 소재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제조 공정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 제품 재활용을 혁신해 제품을 최대한 에너지 효율적으로 설계할 예정이다. 그동안 애플은 재활용과 탄소 저감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데이브’라고 명명된 로봇으로 아이폰 탭틱 엔진(Taptic Engine)을 분해해 희토류 자석과 텅스텐 등 핵심소재와 강철소재를 회수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있는 애플의 소재 회수 연구소는 전자제품 쓰레기 재활용 기술 혁신에 집중하며 카네기 멜론 대학과 제휴를 체결했다.

애플은 이미 작년에 생산된 모든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제품을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 특히 아이폰 탭틱 엔진의 희토류 소재는 100% 재활용으로 충당하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 최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애플은 작년 총 이산화탄소 발생량 430만톤을 저감했다. 또 제품 사용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지난 11년간 평균 73%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2030년까지 모든 생산과정과 공급망에 100% 탄소 배출 '0'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SK하이닉스도 애플과 손잡고 재생 에너지 100% 사용

애플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 다양한 주체와 협력을 추진 중이다. 일단 미중 녹색 기금과 제휴 협약을 체결해 에너지 효율 개선 프로그램 집중 육성에 1억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71개 협력업체와 애플에 납품하는 부품 등의 생산에 2030년까지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애플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한국의 ‘SK하이닉스’와 휴대전화·디스플레이용 점착 테이프를 공급하는 ‘대상’도 애플과 이러한 협약을 맺었다. SK하이닉스는 애플과 올초 이러한 협약을 맺고 어떠한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활용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3M, BOE, BYD, TSMC, 코닝 등도 애플과 100% 청정 에너지 생산 협약을 맺었다. 애플은 이를 통해 제품 생산에 8기가와트에 육박하는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협력업체와 맺은 약속이 모두 실행되면 연간 1430만톤의 이산화화탄소 배출 저감이 이뤄진다.

삼성전자 반도체 방류수가 흐르는 오산천에 나타난 수달.

◇환경 보호, 사회공헌에 매달리는 테크 기업들

애플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움직임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은 탄소 중립, 에너지 저감, 환경 보호 등을 키워드로 대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단순히 제품을 잘 개발해 많이 팔아 돈을 버는 것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 GM 등 200여개 글로벌 기업은 RE100(Renewable Energy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움직임이다.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미국·유럽·중국에 있는 공장과 건물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내 반도체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방류수의 수질 개선을 위해 수년간 노력해 올해 기흥 반도체 사업장 물이 흘러가는 오산천에서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발견하기도 했다. 작년 11월엔 반도체 업계 최초로 영국 카본 트러스트가 수요하는 ‘탄소 발자국’과 ‘물 발자국’ 인증을 획득하며 친환경 제조 성과를 인증받았다.

LG전자도 작년에 이미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탄소중립 2030’을 선언했다. 2030년까지 제품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2017년 대비 50% 수준으로 줄이고, 고효율 가전제품을 활용한 외부 탄소감축 활동을 통해 획득한 탄소배출권으로 탄소 중립을 실현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 4월 한국위원회가 선정하는 기후변화 대응 최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