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규 前 조달청장

"정치가는 국민의 증오를 조심해야 하는데 그 재산에 손을 대면 미움을 받게 된다."(마키아벨리·군주론)

재산 침해의 대표 사례가 세금이다. 미국 독립전쟁은 홍차에 대한 세금에서 비롯되었고, 영국 마거릿 대처의 몰락도 인두세(人頭稅) 성격의 재산세 도입이 원인이었다. 우리나라도 유신 정권의 몰락이 부가가치세 도입과 관련이 있고, 참여 정부 말기 인기 저하도 종부세 도입과 무관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많이 바꾸면서 세금이 올랐고, 담뱃세도 올라 담배 가격이 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당시 민심 이반과 몰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노자는 나라를 다스릴 때 작은 생선을 삶듯 조심해야 한다(治大國若烹小鮮)고 했다. 정부도 한때 세금 부과에 신중했다. 농어촌특별세는 세원을 분산해서 부담을 가볍게 했다. 증권거래세의 일부, 소득세·법인세·관세·취득세·등록세 감면액의 일부 등 여러 세금에서 조금씩 부과했다. 보유세는 조세 저항이 크니 기분이 좋은 부동산 취득 때 중과하고, 이익이 생긴 양도 시에 많이 부과했다.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에 이어 7·10 대책을 내놨다. 6·17 대책은 대출 규제 중심으로, 세입자 대책 등을 개선하며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정책의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돼서 또 다른 대책을 내놨다. 내부적으로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르겠으나 일반 백성의 눈에는 너무 쉽게 대책을 내놓은 느낌이다. 작년 12·16 대책 때 발표했지만 국회에서 폐기된 종합부동산세안을 더 강화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를 인상했다.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는 GDP 대비 0.9%로 OECD 평균 1.1%보다 낮다(2018년). 그러나 부동산 세금은 한 묶음으로 봐야 한다. 취득세는 선납 재산세이고, 양도소득세는 이연된 재산세로 볼 수 있다. 2018년 거래세와 보유세를 합친 부동산 전체 세금은 GDP 대비 3.9%로 OECD 평균 1.9%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2019년의 종부세(3조원)는 2018년(1조9000억원)에 비해 50% 이상 늘어나 보유세도 OECD 평균에 근접했다. 더욱이 최근 공시지가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의 상승을 감안하면 종부세율 인상 없이도 부동산세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종부세를 강화하며 양도소득세와 취득세까지 올린 것은 문제가 있다. 종부세 대상이 소수의 부자이고, 서민 한풀이도 되니 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취득세, 양도세까지 인상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거래가 끊겨서 집만 있고 소득이 없는 하우스 푸어, 집을 팔지 못해 부도나는 기업이 발생한다.

더구나 부동산 가격도 안정되지 않는다. 여유 있는 사람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틸 것이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양도를 피해 증여를 하고 있다. 그러면 매물이 나오지 않아 가격이 더 올라가고, 종부세는 세입자에게 전가되어 전·월세 가격이 폭등할 것이다. 참여 정부 때도 종부세를 도입하면서 양도소득세를 함께 올렸지만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정책은 물꼬를 살짝 터서 물길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듯이 넘치는 유동자금이 건전하고 생산적인 투자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주식 장기보유공제 등으로 부동산보다는 증권시장으로 돈을 유인해야 한다. 규제 완화, 첨단 산업의 수도권 유치 등으로 유턴 기업이나 벤처기업 등에 대한 투자에도 돈이 몰리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한시적이라도 거래세는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일희일비하지 말고 신도시든 재개발이든 꾸준히 서민 주택을 보급하면 된다. 인간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겸손해야 한다. 겸손의 정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