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20일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관련,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부산고검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을 취재했다며 그 내용을 보도했다. KBS가 지난 18일 같은 대화 내용을 취재했다고 보도한 것이 오보(誤報) 논란에 휩싸인 지 이틀 만이다.

그러자 이 전 기자 대리인 주진우 변호사는 이날 입장을 내고 "MBC보도 내용은 녹취록 전체 취지를 왜곡한 편향된 보도로서 내일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겠다"며 "녹취록 공개 후 MBC측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주 변호사는 내일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간 대화 내용 전문(全文)을 공개할 예정이다.



◇MBC 한동훈 '그런 것 해볼만 하다'…이 전 기자 "또 검찰발 왜곡"
MBC는 이날 저녁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VIK 대표 측을 압박해서 유시민의 범죄 정보를 얻으려 한다'며 취재의 목적과 방법을 설명하자, 한 검사장은 '그런 것은 해볼 만하다. 그런 거 하다가 한두 개 걸리면 된다'고 말을 한 것으로 검찰 수사팀이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MBC가 KBS의 '오보 보도'에 이어 추가한 사실은 한 검사장이 "그런 것(취재)은 해볼 만하다"고 한 문장이다. MBC는 '검찰이 파악했다'는 이 문장을 근거로 "대화의 맥락으로 보면 (공모) 의혹은 여전하다"고 했다.

그러나 주 변호사는 "누가 봐도 취재를 잘해보라는 덕담이지 협박해서라도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제보를 강요하라고 한 것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느냐"며 "내일 전문 공개가 되면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주 변호사가 전날 공개한 녹취록에서 한 검사장은 "제가 이철(전 VIK 대표·구속 수감) 등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라는 이 기자의 말에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전 기자가 유 이사장 의혹에 대해 한 검사장의 관심을 끌려는 듯 "신라젠도, 서민 다중 피해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시민 꼴 보기 싫으니까…"라고 하자 한 검사장은 "유시민씨가 어디에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며 "그 사람 (이제) 정치인도 아니지 않으냐"라고 했다. 이 전 기자는 재차 "유시민은 한 월말쯤에 어디 출국하겠죠"라고 했지만, 한 검사장은 "관심 없다.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냐"고 했다.
한 검사장이 '그런 것은 해볼 만 하다'고 한 데 대해서도 주 변호사는 "이 전 기자가 유 이사장이 이 전 대표 강연에 가서 강연료를 받았지 않았냐고 재차 묻자, 한 검사장이 '유 이사장이 이미 (언론 등에서 강연료를 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았느냐'면서 하는 이야기였다"며 "전문을 보면 누가봐도 둘이 공모를 했다고는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기자는 계속해서 "(이 전 대표가) 14, 15년 뒤 출소하면 팔순이죠" "(이 전 대표) 가족부터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했지만, 한 검사장은 별다른 대꾸 없이 "어디 계신 거예요? 지금 (부산에서) 어디에 계시냐"며 기자들 숙소를 물었다. 이후 한 검사장은 "내가 이제 좀 가야 해서"라고 한 뒤 자리를 정리했었다.
◇이 전 기자 "MBC, 또 검찰발 유출 아니냐"
주 변호사는 또 "MBC 보도는 구속영장 범죄사실의 구도 및 표현을 토대로 한 것처럼 보인다"며 "주요 피의사실 부분과 관련 증거가 유출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실제 MBC 보도에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며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간 대화 내용 및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간 카카오톡 보이스톡 통화 내역 등을 보도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선 언론이 검찰발 보도를 무분별하게 받아쓰고 있다고 비난해왔다"며 "그런데 KBS, MBC가 똑같이 '검·언 유착'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