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선 최근 거론되기 시작한 그린벨트 해제뿐 아니라 용적률 상향 등을 포함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가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만으로는 한계

최근 당·정·청과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엇박자를 내는 가운데, 그린벨트 해제가 주택 공급에 도움은 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 그린벨트(149.13㎢) 가운데 보존 가치가 떨어지는 3~5등급 면적은 2900만㎡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5만 가구 정도의 주택을 지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지역들을 모두 주택 용지로 활용하긴 어렵다.

국토교통부도 2018년 '수도권 30만호 공급계획'을 내놓으면서, 서울시에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주택 5만 가구를 공급하자고 제안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서울에서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 가능한 가구는 약 5만 가구 정도인데, 서울 지역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599만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역부족"이라며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한 도심 고밀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수 전문가는 이런 대책들이 실제 공급뿐 아니라 시장에 '양질의 주택이 다량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6곳 재건축만으로도 5만 가구 공급 가능

그린벨트 해제보다 서울 도심의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것이 빠르고 현실적인 대안이란 지적도 나온다. 2018년 기준, 서울 아파트는 167만여 가구로 이 가운데 26만여 가구가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서울 재건축 추진 단지는 129개, 10만1562가구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재건축할 경우, 현재 용적률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하더라도 통상 가구 수가 최소 20% 이상 늘어난다고 추산한다.

용적률을 높이고, 층고 제한을 완화하면 훨씬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실제로 1980년 준공돼 재건축이 진행 중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기존 5930가구였지만, 재건축을 통해 6102가구가 늘어나 1만2032가구가 공급될 전망이다. 최근 6단지가 재건축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를 통과해 재건축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는 현재 2만6629가구지만, 재건축이 완료되면 5만3000가구로 2만6371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압구정동 재건축 6개 지구,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서울 주요 재건축 지역 6곳의 사업만 완료돼도 기존 5만6788가구에서 10만5338가구로, 5만 가구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이 재건축 단지의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경우,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 확대엔 최소 5~6년 이상이 걸리는 반면, 재개발·재건축은 인허가 후 3~4년 안에 가능하고 기존 교통 인프라 등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비용도 낮다"면서 "재건축·재개발의 개발이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배분하는 방법을 연구해 사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