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한 뒤 휴가를 내고 방문한 경기도 화성의 용주사엔 경비원이 4명 있다. 2008년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 보호를 위해 만든 '문화재 안전 경비' 공공 일자리이다. 문화재 안전경비원은 서울 창의문과 흥인지문, 문화재가 있는 사찰, 서원 등 주요 목재 문화재에 주야간 교대로 24시간 배치돼 감시 활동을 하다가 유사시에는 초동 대응을 맡는다. 최저 시급 수준의 임금에 1년제 계약직이지만, 응모가 나올 때마다 경쟁률은 보통 두 자릿수를 넘긴다.

문화재 안전경비원 중 사찰 경비원에 전직이 화려한 '고(高)스펙' 은퇴자가 몰려들고 있다. 추 장관이 방문한 용주사에도 35년 경력의 국정원 은퇴자, 경찰 파출소 소장 출신이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대구에는 모두 12명의 문화재 안전경비원이 있다. 작년 연말 3명을 뽑을 때 지원자가 30여명이 몰렸다. 대구 파계사에는 4명의 경비원이 있는데, 소방서 119센터장(소방령) 출신과 대구 번화가인 영남대 인근을 포함한 대구 등지에 여러 채의 건물을 보유한 건물주도 있다. 건물주 A씨는 파계사 경비원으로 일하는 이유에 대해 "건강보험료 부담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수도권의 한 사찰에서 일하는 경비원 60대 A씨는 "사찰 경비원 중에는 매월 연금 300만원 이상을 받는 은퇴 공무원이나 기업 고위직 은퇴자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야간 근무를 한 동료 경비원이 아침 교대 시각을 앞당겨 교대해 달라고 부탁하길래 이유를 물어봤더니 '골프 약속이 있다'고 하더라"며 "1박 2일로 골프를 치러 간다고 해서 근무 일정을 바꿔주는 일도 자주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 안전경비원은 현재 전국 159개 문화재에 539명이 있다. 문화재청은 이들의 채용과 운영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의 경우 55~75세의 소방안전관리자격증 2급 이상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한다. 서울 종로구는 이에 더해 체력 기준까지 뒀지만, 경기도 화성은 아무런 자격 제한이 없다. 근무 형태도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다. 예컨대 대구 파계사의 경우 하루 24시간 일한 뒤 3일 연속 쉬는 방식이고, 화성 용주사는 '주간 12시간→야간 12시간→휴무' 방식으로 근무한다. 급여는 근무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00만원 안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