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19일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서 이 전 대통령을 ‘대통령’이 아닌 ‘박사’로만 지칭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처장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임시정부 대통령’ 출신이라고만 했을 뿐 추모사 내내 직책은 박사로만 불렀다. 정부 안팎에서는 초대 대통령인 이 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현 정부의 의지가 투영된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다

박 처장은 이날 추모식에 참석해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이승만 박사의 55주기를 맞았다”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헌신한 박사님께 깊은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했다. 박 처장의 추모사는 전반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고 추모하는 맥락이었지만 사용한 직책이 문제가 됐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박사’라는 표현만을 사용했고, 대통령이라고 표현한 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라고 소개한 부분이 전부였다.

박 처장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광복 후 혼란 속에서도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고 대통령 중심제를 확립한데 이어 정치·경제·외교·군사·교육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기초를 다졌다”고 했는데, 끝내 ‘대통령’이라는 호칭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왜 대통령을 박사라고만 하느냐”는 불만이 나왔다.

정부에서는 박 처장의 ‘이승만 박사’ 발언이 현 정권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 정권은 대체로 이 전 대통령을 초대 대통령으로 부르는데 인색했고,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은 반쪽 대통령”이라고 비난해왔다. 이와 같은 기류를 반영한 듯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이날 추모식에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조화만을 보냈다. 보훈처는 공식 페이스북에도 “오늘은 이승만 박사 서거 55주기”라며 “정부는 1949년 이승만 박사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고 했다.

보훈처는 이에 대해 “통상적으로 박사와 대통령 모두 이 전 대통령을 칭하는 맞는 표현이기 때문에 박사·대통령 호칭을 함께 사용했다”며 “이 전 대통령 약력을 소개하는 부문에도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라고 설명했는데, 향후 박사와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데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 전 대통령의 공에 대해 “대한제국 말기 애국독립운동과 일제하의 독립운동, 상해임시정부 수립, 대한민국 유일한 UN 합법정부 인정, 6·25 동란에서 대한민국을 지킨 일, 한미동맹의 기초를 닦은 일 등 실로 ‘건국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큰 업적”이라고 했다. 또 “후배, 후손들이 이 어른이 세운 대한민국의 이념과 방향을 제대로 지켜가고 있는지 자괴감이 들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