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엔 (나)성범이가 저한테 안됐죠. 지금은 묻지 마시고요.”

NC 다이노스의 유격수 노진혁(31)은 성균관대 시절 4번 타자를 주로 맡았다. 대학 시절 결승 무대에서 연세대 투수 나성범을 상대로 홈런을 치기도 했다. 호리호리한 체형에도 손목 힘이 강해 곧잘 공을 넘겼다.

그 노진혁이 프로 8년차인 올 시즌 홈런 개수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을 기세다. 2019시즌 13개가 그의 한 시즌 최다 홈런. 올해는 벌써 9개를 쳤다. 지난 14일과 15일 키움전에서 2경기 연속 아치를 그린 노진혁은 16일에도 공이 담장 너머로 날아갔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고척돔 펜스와 철조망 사이의 작은 공간으로 공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나 홈런이 2루타로 정정됐다. 그 영상을 봤느냐는 질문에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영상 보니 2루타 맞던데요.”

창원 NC파크에서 만난 노진혁은 “올해 홈런 목표는 15개”라며 “20개까지 치면 덤이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홈런이 많이 나오는 비결에 대해선 “지난 9일 SK전에서 희생플라이도 치자는 마음으로 허리를 쓰는 배팅을 했는데 만루홈런이 됐다”며 “그 이후엔 의식적으로 허리를 더 쓰다 보니 홈런이 자주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진혁은 강타자가 즐비한 NC타선에서 쏠쏠한 역할을 하고 있다. 18일 KT전에서도 5회말 4-0에서 5-0으로 달아나는 적시타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 타율 0.273, 50안타 33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의 진가는 수비에서 드러난다. 화려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로 마운드 위 투수를 편안하게 해준다. 노진혁은 올 시즌 규정 이닝을 채운 유격수 중에서 수비율(0.990)이 가장 높다. 196번의 수비 기회 중 실책은 두 개뿐이다. 그는 “건실한 플레이를 하려고 애쓴다”며 “급할 때 에러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여유롭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를 묻자 곧바로 “걔는 넘사벽”이란 말과 함께 김하성(키움)을 꼽았다. 타격은 빼고 수비만 따지면 누가 최고냐는 질문엔 두산의 김재호라 답했다. 그렇다면 노진혁은 자신을 어떤 유격수라 생각할까.

“뭐, 수비력은 준수하죠. 특출나지는 않지만 고루고루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딱 하나, 달리기는 빼고요.” 노진혁은 통산 도루가 5개, 도루 실패는 10개다.

노진혁은 NC 창단 멤버다. 나성범·박민우와 함께 2012년부터 NC에서 쭉 뛰고 있다. NC 팬들은 마른 체형과 풍기는 외모의 분위기 때문에 ‘노검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그는 커리어 초창기 때 안경을 썼다). 노진혁은 “일단 검사니까 좋다”며 “마음에 드는 별명”이라고 했다.

그는 “NC에 몸담은 이후로 우리 팀이 가장 잘하고 있는 시즌”이라며 “시즌은 기니까 누군가는 언제든 슬럼프가 올 수 있다. 이럴 땐 또 다른 선수가 살아나서 잘하면 된다. 우리는 모두 NC 선수니까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다 같이 가자는 마음으로 시즌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 동료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나성범 얘기도 꺼냈다. “성범이가 있을 땐 몰랐는데 없으니까 빈 자리가 너무 커요. 부상에서 돌아와 정말 기쁩니다.”

30대 초반인 노진혁은 결혼을 일찍 해 6살된 딸과 세 살짜리 아들이 있다. 노진혁은 아들 얘기를 하자 표정이 밝아졌다. “무조건 야구 시킬 겁니다. 저처럼 유격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잘 키워서 좋은 팀에 보내고 저는 그 계약금으로 노후를 즐겨야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