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삼성 오승환(38)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최근 4경기에 나와 4와 3분의 1이닝 동안 9피안타 6실점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5.68로 치솟았다. 지난 15일 KIA와 벌인 대구 홈경기에선 2-1로 앞선 8회 2사 만루에 올라와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고, 9회엔 과거 삼성 왕조 시절 팀 동료였던 최형우에게 역전 3점 홈런을 얻어맞으며 2대5로 졌다. 오승환의 국내 복귀 후 첫 피홈런, 첫 패전 기록이었다. 삼성 팬들 사이에선 "우규민 등 불펜 자원이 많은데 오승환을 마무리로 고집해야 하나"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좌타자에게 유독 약한 '돌직구'

최근 들어 오승환의 전매특허인 묵직한 '돌직구' 위력이 떨어졌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19년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 시절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6.9㎞였다. 국내 통계업체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은 145.3㎞로 떨어졌다.

지난 14일 프로야구 삼성의 오승환이 9회초 KIA를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오승환의 올 시즌 피안타율은 0.292다. 주무기인 직구 위력이 떨어지면서 리그 평균(0.275)보다도 높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마무리투수로선 불안 요소다.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에 따르면, 우타자 상대로는 직구 피안타율이 0.200으로 여전히 위력적이다. 하지만 좌타자 상대로 피안타율이 0.467이나 된다. 상대 타자가 직구를 때렸을 때 인플레이 타구 10개 중 4~5개는 안타가 됐다는 뜻이다. 좌타자 상대 피장타율(단타 1, 2루타 2, 3루타 3, 홈런을 4로 쳐 합한 것을 타수로 나눈 수치)은 0.867에 달한다. 좌타자인 최형우는 15일 홈런을 친 다음 "직구를 노리고 쳤는데 운 좋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제 좌타자들에겐 오승환의 '돌직구'가 노리고 치는 '물직구'가 된 것이다.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은 "우타자에겐 높은 직구와 바깥쪽 슬라이더로 승부하는 패턴을 보였지만, 좌타자에겐 확실한 승부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팔꿈치 수술 여파… 경험으로 돌파"

직구로 정면 승부를 못 하다 보니 볼넷도 많아졌다. 올 시즌 삼진 9개, 볼넷 8개로 비율이 거의 1대1이다. 오승환이 로키스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MLB 2019시즌엔 삼진 16개, 볼넷 6개로 삼진이 볼넷의 3배에 가까웠다.

오승환의 구위 저하는 작년 8월 국내로 복귀하면서 받은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의 여파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리그 일정이 꼬인 것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오승환은 올해 1월부터 팀보다 한 달 정도 일찍 일본 오키나와로 가서 개인 훈련을 했는데, 3월에 시속 147㎞ 직구를 던지는 등 너무 일찍 몸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오승환의 직구는 과거보다 볼 끝 힘이 떨어져 보이고, 변화구 제구도 흔들린다"면서도 "팔꿈치 수술을 받은 투수 대부분이 복귀 첫해 어려움을 겪는데, 오승환은 나이가 많아 더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박 위원은 "해외 무대를 거치며 많은 노하우를 쌓은 베테랑인 만큼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삼영 삼성 감독도 16일 "(마무리) 보직을 변경하면 팀을 더 흔들 수 있다"면서 "실점도 경기 일부분으로 크게 개의치 않는다. 세부적으로 수정하면서 보완하면 된다"며 오승환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