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뇌피셜’이 넘쳐 죄송합니다!

테슬라가 불러올 앞으로 10년의 자율주행 메가트렌드에 대해 5가지 관점으로 얘기해 보겠습니다. 1.완전자율주행 성공했다는게 언제인데, 왜 안 파나? 2.테슬라의 자율주행은 사기인가? 3.거듭된 논란에도 왜 '만슬라'를 논할까? 4.테슬라가 '자동차 업계 애플'이 될거라는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5.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상 5가지입니다.

테슬라 제품에 관심이 있든 아니면 자율주행 관련 주식투자에 관심이 있든, 혹은 현대자동차·삼성전자와 국내 관련 업체, 혹은 자동차와 연결되는 전세계 IT업체에 관심이 있든, 앞으로 말씀드릴 5가지를 한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2020년 7월 시점에서 세계 자율주행기술 상황을 살펴보고, 테슬라의 수준은 어느정도인지, 이들의 기술은 진짜인지, 앞으로 10년 뒤 자율주행 시장을 장악할 플레이어로 어디가 유망한지, 2030년쯤 한국은 이 시장에서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을 생각해보겠습니다.

글을 쓰자고 마음먹게 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최근 1주일간 테슬라 자율주행(실제로는 주행보조) 기술에 대한 비판이 국내에서 이어지고 있는데요. 비판은 좋지만 자칫 이게 한국에서 21세기 ‘러다이트 운동’처럼 변질돼 앞으로 10년간 세계에서 벌어질 가장 큰 기술혁명의 경쟁에서 우리가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율주행산업의 큰 그림을 우리가 어떻게 보고 대비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살짝 얘기해보려 합니다.

지난 11일 KBS에선 ‘테슬라 베타버전의 질주’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 방영됐는데요. 테슬라가 완성도 떨어지는 주행보조장치를 한국에 팔아 문제를 야기시켰다며 테슬라를 비판했습니다. 거의 같은 타이밍에 국내 한 유튜버도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이 사기’라고 비판하는 콘텐츠를 올려 공방이 일기도 했습니다. 정부에서 테슬라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거라는 소문도 들립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이미 해외에서도 많이 제기돼 왔던 것이라서, 비판 자체는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 이 시점에서 테슬라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데 대해선 또 얘기가 많습니다. 테슬라가 올 상반기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를 제치고 1등에 올랐고, 또 자율주행(실제로는 주행보조) 장치를 대거 보급해 소비자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에 대해 견제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습니다.

비판이 이상할건 없습니다. 자동차는 탑승자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테슬라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분명 지적할게 많지요. 이 부분에서 짚고넘어갈 점은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또 국민 안전을 중시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뭔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테슬라의 행보를 그냥 두고만 보기 어려울 수도 있지요. 다만 한국 정부가 테슬라의 자율주행(실제로는 주행보조) 장치 보급을 그냥 방치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세게 규제하기도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이후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과가 5년, 10년 뒤 한국 자동차 제조·서비스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작년 4월 '테슬라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의 자율주행, AI 디렉터인 안드레아 카르파티가 테슬라 자율주행 플랫폼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1.완전자율주행 성공했다는게 언제인데, 왜 안 파나?

미 국방성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 대회에서 스탠포드-폴크스바겐팀이 만든 자율주행차 ‘스탠리’가 완주에 성공한게 2005년입니다. 이 때의 자율주행팀 주역들이 구글로 자리를 옮겨 연구개발을 확대했고, 그 결과 구글이 완전자율주행차 시험주행에서 거의 완벽한 성과를 냈다는 뉴스가 나온지로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3~4년전만 해도 자동차회사마다 2020년쯤이면 자율주행차를 시판하겠다고 공언했었지요.

그런데 뭡니까. 그 차는 어디에서 살 수 있는 겁니까. 회사의 여 후배님은 제게 “선배, 운전면허 없어도 차가 알아서 데려다주는 차는 언제쯤 살 수 있나요”라고 지금도 묻습니다. 제 답은 ‘글쎄요. 아직은 조금 먼 것 같은데요’입니다. 그 이유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 얘기를 하기 전에 업계에서 통용되는 자율주행차 발전 단계를 설명드리겠습니다. 굳이 이런걸 먼저 설명드리는 이유는 이 단계의 의미를 이해해야만 앞으로 드릴 설명이 명확히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의 단계는, 관련 기술이 안들어가는 0단계부터 인간이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이 출발부터 최종목적지까지 알아서 데려다주는 5단계까지, 총 6단계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전세계 자율주행기술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꼭 아셔야 하는 것이 바로 '레벨2'와 '레벨3'입니다.

레벨2는 스티어링휠이나 페달에서 손발을 떼더라도 차가 일정 조건에서 알아서 갈 수 있는 단계이긴 하나, 항상 운전자가 주시하고 있다가 이상이 감지될 때 즉각 개입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레벨2에선 사고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습니다. 레벨2 장치가 가동되는 동안에 운전자가 졸거나 스마트폰·책을 보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레벨2는 자율주행의 2단계이긴 하지만, 자율주행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고 '주행보조' 정도의 용어로 씁니다. 레벨3는 자동차가 기본적으로 주행을 맡고 운전자는 필요할 때만 개입하는 '조건부 자율주행차'로 레벨3부터를 통상 본격적인 자율주행의 시작으로 봅니다. 이때부터는 운전자가 운전 중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그럼 2020년 7월 시점에서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자율주행차의 단계는 어디일까요? 네, 레벨 2까지입니다. 조건부 자율주행차인 레벨3 차량은 소비자가 살 수 없냐고요? 네, 없습니다. 지구상의 어떤 제조사도 레벨3 차를 시판하고 있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론 가능한 곳도 있겠지만, 레벨3 기술을 구현하고 ‘우리 차는 레벨3야’라고 하는 순간, 당장 제조사 책임 문제가 불거지겠지요. 아직까진 그런 시도를 할 회사는 없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려볼까요? 국산차 가운데 레벨2 수준에서 가장 뛰어난 모델 중 하나인 제네시스 GV80을 예로 들어볼까요? GV80에서 주행보조 옵션을 구입하시면,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를 달리실 때, 스티어링휠·페달에서 손발을 떼도 앞차와 거리를 알아서 조절해주고, 차선도 잘 지키면서 갑니다. 또 운전자가 깜박이를 수동 조작하고 또 특정 조건에 부합될 경우에 한해 차선 변경도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테슬라가 국내에서 많이 팔고 있는 모델3는 어떨까요? 차간거리·차선 유지 등은 기본 옵션입니다. 이것을 테슬라에선 ‘오토파일럿’이라고 부릅니다. 정확하게 레벨2 수준입니다. 주행보조라 부르는게 맞을 겁니다. 오해 소지가 있다고 해서 독일에서는 최근 ‘오토파일럿이라는 용어를 광고에서 사용하면 안된다’는 1차 판결이 나기도 했습니다.

또 여기에 더해 더 진보된 주행보조장치인 FSD(Full Self Driving)라는 옵션이 있는데요. 자동으로 차를 주차시키거나 부를 수 있고, 주행 중 자동으로 차선변경이 가능합니다. 또 노아(NOA·Navigation on Autopilot)라고 해서 네비게이션 정보에 따라 차가 움직여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모델3에서 이 옵션을 구입하려면 9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이 장치는 무선으로 계속 업데이트되는데 테슬라측에선 성능이 계속 향상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테슬라의 현재 FSD는 자율주행 단계에서 어느 수준일까요. 업계에서는 레벨2 플러스, 또는 레벨 2.9라는 식으로 부릅니다. 죽어도 레벨3는 아닙니다. 업계도 당연히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 테슬라도 자사 차량이 레벨3(일론 머스크는 실제로는 이런 용어구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만)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오토파일럿과 마찬가지로 이 용어 자체가 과장광고일 소지는 있습니다. 테슬라의 FSD가 현재 일반 소비자에게 파는 이른바 자율주행(실은 주행보조) 차량 가운데 가장 수준이 높긴 합니다만, 이 차는 레벨3가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풀 셀프 드라이빙'이라는 용어를 씀으로써 마치 이것이 완전 자율주행인 것처럼 소비자가 오해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결론은 레벨4나 5는 고사하고, 레벨3 차량도 현재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이유는 시험 단계에서 구현하는 것과 실제로 소비자가 차를 구입해 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기 때문입니다. 현재 레벨3를 전국토에서 완전히 허용한 나라도 없고요. 한국도 어떤 수준인지는 모르겠으나 곧 레벨3 법제화를 할 예정인데, 설령 법제화가 되더라도 레벨3 차를 구입하게 되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레벨3라고 하면 제조사 책임이 들어가거든요. 누가 내놓으려 할까요? 시험 차원이 아니라 온갖 변수가 존재하는 '리얼 월드'에서 정말 자신이 있는가도 문제이지만, 법과 안전규제의 압박이 엄청난데 어떤 제조사가 나서겠느냐는 것이죠.

그래서 레벨3, 즉 자동차가 기본적으로 주행을 맡고 운전자는 필요할 때만 개입하는 ‘조건부 자율주행차’를 구입하게 되는 것은 빨리 실현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2.테슬라의 자율주행은 사기인가?

이런 도발적인 제목을 단 이유는 KBS의 테슬라 보도 직후 한 유투버분께서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사기입니다’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올리시면서 내용에서도 이것이 ‘사기’라는 것을 반복 강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술자에게 ‘당신 기술은 사기야’ ‘당신은 사기꾼이야’라는게 어떤 것인지 아실텐데요. 굳이 이렇게까지 격한 어조로 비판한 연유가 궁금해 저도 한번 얘기드려 볼까 합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에 대해 4가지로 구분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첫번째. 테슬라가 오토파일럿(통상의 레벨2 수준에 불과), FSD(레벨2 중에선 현 시점에서 가장 진보된 수준)를 갖고, 소비자에게 마치 진짜 자율주행이 되는 것처럼 오도한 측면이 있다. 이건 맞습니다. 최근에 독일에서도 이점을 지적해 '광고에서 오토파일럿이란 용어 사용 금지'라는 쪽으로 1차 판결이 났고요.

두번째.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FSD의 오작동 문제에 대해 제조사인 테슬라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왜 완벽하게 안전한 제품을 내놓지 않았느냐'에 대해 어떤 분들은 분노하실 수 있습니다. 전통 자동차 제조사의 기계과 출신 엔지니어들도 분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테슬라의 이 장치는 어디까지나 주행 보조장치이고, 최종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레벨2의 장치라면 다른 회사 제품도 오작동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요. 99.99% 잘 작동해도, 0.01% 오작동하면 오작동하는게 사실인 겁니다. 아직까지 레벨2의 사고에 대해 제조사가 책임을 진 사례는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그렇기 때문에 제조사가 레벨3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도 있고요. 또 이 장치를 '에어백이 왜 안터졌냐' '왜 급발진을 못막냐' 등의 문제로 치환해 생각해보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지금까지 급발진 문제로 제조사가 책임을 인정한 사례는 없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건 운전자가 관여할 수도 없는 진짜 결함일 수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세번째. 일론 머스크가 "올해 안에 로보택시(일반 소비자의 구매 대상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상용 개념으로 하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했는데 불가능하다. 왜 사기를 치냐. 네, 올해 안에 못나올 가능성이 좀 높아보입니다. 그러다가 나올 수도 있고요. 로보택시라는게,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특정지역에서 서비스를 한다는 개념이니까요. 일반인에게 이 수준의 차량을 판매한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아무튼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레벨3, 4 수준의 차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했다가 약속기한을 못지키는 분들이 어디 한 두 분인가요? 과장광고나, 머스크 특유의 허풍이라고 해두죠. 머스크가 뻥이 좀 세긴 하지만, 그간 이룬 것들을 보면 엄청나지 않습니까.

네번째.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 수준이 낮다. 레벨4 이상의 완전자율주행은 못한다. 글쎄요. 이 시점에서 일단 제가 좋아하는 유명한 영국 SF소설가·미래학자 아서 C. 클라크가 남긴 '클라크의 3법칙'을 읊어봅니다.

1법칙: 나이 든 뛰어난 과학자가 무언가가 '가능하다'고 말했을 때, 그 말은 확실한 사실에 가깝다. 그러나 그가 무언가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면, 그 말은 틀릴 확률이 매우 높다. 2법칙: 어떤 일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불가능의 영역에 살짝 도전해 보는 것뿐이다. 3법칙: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말은 좋은데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요? 저는 이분 말씀에 깊고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네, 그럼 구체적으로 설명 들어가보겠습니다. 이 유튜버님은 테슬라의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기술'로는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현재 테슬라의 시스템은 카메라(비전·vision)가 주된 기능을 맡고요. 전파를 쏘는 레이다와 초음파 센서가 협업해서 자율주행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가 잘 아는 구글 웨이모나 다른 몇몇 업체들은 여기에다 레이저를 쏘는 ‘라이다’라는 것을 추가해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고 있지요. 이들이 실제로 시험 단계에서는 이런 장치를 활용해 테슬라 시판 차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구현해 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라이다 없이 카메라로는 안된다고 주장을 하십니다. 글쎄요. 기술의 세계에서 이렇게 단언하는 것이 괜찮을까요?

테슬라의 강점은 실제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차에서 이를 구현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은 레벨2 플러스 단계이지만, 앞으로는 계속 올라가려 하겠지요. 여기에는 라이다를 달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이 기기는 크고 매우매우 비싸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시판차에 달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데 되면 차 한대 당 총 제조원가가 억대로 넘어갈거거든요. 또 라이다는 눈·비가 심하게 내리는 환경에서 성능이 급저하됩니다. 우리가 날씨 좋을 때만 운전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크고 비싼 부품을 넣는다고 목표 구현에 꼭 성공하는 것도, 그게 꼭 쉬운 일인 것도 아니긴 하겠지요. 하지만 작고 저렴한 부품만으로 같은 목표를 구현할 수 있고 결국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면, 그게 훨씬 어렵지만 더 수준 높은 방법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게다가 카메라 기반으로는 자율주행 구현이 안된다는 것도 현재로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테슬라 뿐 아니라, 현재 전세계 자동차회사의 차량에 달린 레벨2 카메라 기반 주행보조장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괴물기업 '모빌아이'도 최근 들어 카메라 기반으로만 자율주행을 구현하겠다는 쪽으로 계획을 발표하고 있거든요. 즉 시험 단계가 아니라, 실제로 자율주행 관련(실제로는 레벨2라 주행보조이지만)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양대 기업이 모두 카메라 기반으로 가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험 단계에서는 무엇이든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산은 전혀 다른 얘기이지요. 따라서 저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낮다거나 지금 기술로는 레벨4까지 못한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 글의 내용은 전적으로 제 책임입니다만, 이 부분은 특히 제가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제가 아는 여러분의 국내외 자율주행 전문가들에게 테슬라의 기술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냥 자율주행 관련 시험을 하는 엔지니어이거나, 자료로만 이해하는 분들이 아니라, 실제로 이 비즈니스에 몸을 담고 있고 매일같이 전쟁을 벌이는 분들, 전체 그림을 보실 수 있는 분들 중심으로 여쭤보았습니다. 단 한 분도 테슬라의 기술력이 낮다고 말씀하신 분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대로 한 4~5년 지나면 테슬라의 기술력이 ‘넘사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꽤 있었습니다.

올해 1월 CES 2020에서 모빌아이의 암논 샤수아 CEO가 자사의 카메라기반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연하고 있다. 모빌아이는 현재 카메라 기반의 주행보조시스템 분야의 전세계 마켓쉐어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자율주행벤처였던 모빌아이는 2017년 인텔에 19조원에 인수됐다.

◇3.거듭된 논란에도 왜 ‘만슬라’를 논할까?

그럼 왜 테슬라는 ‘천슬라(주당 가격이 천달러인 테슬라)’를 넘어 ‘이천슬라’ 심지어 ‘만슬라’를 얘기할까요? 사실 주가는 어찌보면 허망한 것이죠. 미래가치가 많이 반영되는데, 그 미래를 어찌 알겠습니까? 주가가 폭등한다고 혹은 폭락한다고 해서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본시장은 왜, 이 대단하지만 살짝 의심스러운 기업에 이렇게나 열광하는 것일까요? 당연히 이미 무수한 분석이 있지만 한번 더 반복해 봅니다.

그 이유는 향후 10년을 좌우할 모빌리티 혁명에서 테슬라의 '전기차+자율주행 플랫폼'이 시장을 상당부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일단 전기차를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테슬라처럼 중앙에서 차량의 각 부분을 높은 수준에서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기차의 주행성능, 성능 업그레이드, 원가절감 등과 모두 연결되는데요. 결론은 전기차는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테슬라와 같은 통합제어 전기차를 만드는 것은 제아무리 폴크스바겐, 도요타라 해도 쉽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물론 이것은 어찌 될지 모릅니다만, 현재로선 테슬라가 선도자이고, 폴크스바겐, 도요타가 추격자인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전통의 자동차 강자들이 테슬라 전기차를 물량에서 제압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 되는 것이 전통 자동차회사는 전기차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직 내연기관차를 훨씬 더 많이 만든다는 겁니다. 결국 회사는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 부분, 즉 원가경쟁력, 수익력, 조직의 문제 등등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테슬라는 오로지 전기차에만 집중하면 되지요.

그리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의 통합 플랫폼의 경쟁력에 관한 얘기입니다. 둘은 함께 움직입니다. 그러기에 테슬라의 자율주행 플랫폼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테슬라가 내놓은 자율주행기술이란게 실은 진짜 자율주행 취급도 받지 못하는 레벨2 플러스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은 테슬라가 일반 소비자 대상의 시장에 내놓은 것, 즉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겁니다.

테슬라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카메라 기반으로, 즉 어떤 경쟁업체처럼 크고 값비싼 라이다를 쓰지 않고 레벨3 이상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게 실제도로에서 일반 운전자들이 달리면서 만들어내는 ‘리얼 데이터’입니다. 즉 테슬라는 자율주행 플랫폼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소비자들로부터 들어오는 많은 리얼 데이터를 인간의 뇌와 유사하게 ‘신경망 학습’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구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즉 실제로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려면, 돌발 상황에서 오작동 가능성을 극소화해야 합니다. 즉 99.99% 잘 작동해도 0.01% 오작동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오작동 확률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이 확률을 더더 낮추기 위한 작업이 현재 엄청난 인재와 돈과 시간을 들여 테슬라 내부에서 하루에 24시간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언론에서 보는 구글 웨이모나 다른 업체가 복잡한 시내 도로를 완벽하게 자율주행하는 광경은 라이다 같은 값비싼 장치를 얹는 것뿐 아니라 초정밀 지도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지구상 어디에서나 그런 초정밀 지도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를 시판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테슬라는 현재 스타링크라는 자체 인공위성망 프로젝트를 진행중인데요. 지구 전체를 1만개가 넘는 인공위성을 뒤덮어 전세계 인터넷망을 만드는 사업이라고 합니다. 이 숫자는 스타링크를 제외한 지구 상공에 떠 있는 모든 인공위성 숫자의 2배가 넘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된다면 테슬라의 자율주행플랫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 차량이 현재 세계에 한 100만대 가까이 깔렸겠지요? 그리고 보급대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의 자동차회사, IT회사 중 이 정도 규모의 차량에서 데이터를 추출해 분석하고 피드백을 주고 또 분석하는 것을 맹렬한 스피드로 할 수 있는 곳은 테슬라 밖에 없습니다. 아! 또 한군데, 앞서 말씀드린 모빌아이라는 회사가 있긴 하군요. 하지만 테슬라는 모든 작업을 자사 내에서 수직적으로 할 수 있고, 모빌아이는 자사 시스템을 여러 자동차회사에 납품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테슬라에 비해서는 수집·분석 작업의 속도나 정밀도 면에서 살짝 밀릴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테슬라 차량은 곧 누적 보급대수가 200만대, 300만대가 되겠지요. 일론 머스크가 현재 자사 전기차의 원가절감에 극도로 치중하고 있는데요. 이는 원가를 낮추고 가격을 낮춰 보급을 더 빨리 늘리려는 의도입니다. 보급을 빨리 늘리려는 것은 물론 자동차회사로서 당연한 것이지만, 이처럼 실제 주행데이터를 더 많이 빨리 얻으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일단 레벨 2 플러스 단계에서 한동안 머물면서 자율주행 플랫폼의 능력을 갈고 닦습니다. 그런 뒤에 레벨3가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질만한 시점에서 이 패키지를 시판합니다. 그 때 경쟁사 제품보다 테슬라 것이 더 낫다면 시장이 어떻게 될까요?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동안 테슬라는 실제 도로에서 얻은 데이터를 오랜기간 엄청나게 축적분석해 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테슬라의 차별적 경쟁우위가 보장된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를 과장광고나 마케팅으로만 치부하는 것도 위험해 보입니다.

◇4.테슬라가 자동차업계 애플이 될거라는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사람들은 테슬라가 자동차업계의 애플 같은 존재가 될거라고들 합니다. 이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말에는 단순한 비유 이상의 깊은 뜻이 담겨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단 애플이 나왔으니 기존 스마트폰 업계의 생태계를 얘기드려보죠. 스마트폰의 보급은 애플이 주도했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스마트폰만 만드는게 아니라 칩도 스스로 만들고, 특히나 자체 운영체제(iOS)를 갖고 있습니다. 또하나의 진영은 잘 아시는대로 구글 안드로이드입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를 갖고 있고, 이 운영체제 하에서 삼성을 비롯한 여러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만들어냅니다.

그럼 자동차업계에 이것을 대입시켜 볼까요? 테슬라는 전기차+자율주행 플랫폼 조합의 방향을 선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예전에 모빌아이라는 회사의 기술을 가져다 썼는데요. 모빌아이와 결별한 이후 테슬라는 칩도 자체적으로 만들고 자체 자율주행 플랫폼을 갈고닦고 있습니다. 애플이 그렇듯 거의 모든 핵심부분을 수직적으로 내제화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이어진다면, 애플처럼 자체 생태계를 완비해 좀처럼 경쟁자가 공격해 들어가기 어려운 플랫폼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럼 자동차 업계의 안드로이드는 어디일까요? 현재로서는 '모빌아이+인텔'이 될 가능성이 꽤 있어 보입니다. 모빌아이는 테슬라와 결별한 뒤 인텔에 무려 19조원에 팔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인텔 산하에 들어가서 양사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모빌아이의 카메라 기반 레벨2 시스템은 현재 전세계 많은 자동차회사에 납품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에 들어가는 레벨2 시스템도 모빌아이 것을 사용하는 것으로 압니다. 즉 모빌아이의 칩과 로직을 사용해 움직인다는 얘기입니다. 모빌아이는 앞으로 우군을 더 확보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모빌아이가 '우리 자율주행·주행보조 칩(아이큐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을 써, 칩을 돌리는 로직도 싸게 줄게. 그리고 우리꺼 기반으로 계속 개발하면 나머진 당신들이 알아서 활용해도 아무말 안할게'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이 외에 구글도 있고, 엔비디아도 있고, 아마존도 있고, 다른 자동차·IT연합도 있고, 자동차사 단독으로 돌파해보겠다는 곳도 있고, 또 아직까지 마각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애플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테슬라와 모빌아이·인텔의 개발 경쟁이 맹렬히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이 둘이 자동차 업계의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로 진화화는 것을 좀처럼 막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애플과 안드로이드가 거의 다 먹은 스마트폰업계와 달리 자동차 플랫폼 경쟁에서는 제3, 제4의 진영이 나올 수도 있고, 앞으로 쇼킹한 합종연횡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5.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럼 마지막으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일단 정부의 관리감독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정부는 올해 안에 레벨3 법제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테슬라의 주행보조장치, 즉 실제로는 주행보조장치 중에 가장 앞선 수준에 불과한데, 마치 이게 진짜 자율주행장치인 것처럼 소비자가 오인할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혹은 사고결함 조사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운전자 책임하에 조작하는 주행보조장치입니다. 또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장치가 꺼지는 것을 막는 별도의 사제장치(치터라고 부릅니다)를 달았다면, 운전자 책임이지요. 테슬라에 법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독일의 1차 판결처럼 허위과장 광고 의혹에 대해 조치를 취하려 할 수도 있겠죠. 또 테슬라의 레벨 2 플러스 수준의 주행보조장치(FSD)는 현재 한국의 고속도로나 국도 가릴 것 없이 사용에 법적 제한이 가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고속도로·고속화도로 등에서만 사용을 허가하고, 국도에서는 사용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규제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테슬라 FSD는 일본의 경우 고속도로에서만 사용 가능하고요. 국도에서는 내비게이션의 위치 추적을 통해 아예 사용을 막는다고 들었습니다. 한국도 일본처럼 바뀔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그럼 5년 뒤 10년 뒤 한국의 자율주행기술과 관련 사업은 어떻게 될것인가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일단 현대차가 맹렬하게 자율주행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지요. 그리고 무려 2조4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자동차부품사 델파이의 자율주행 전문기업인 앱티브와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투자액이 국내 기준으로는 어마어마하지요. 현대차의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내년까지 레벨3 수준의 기술을 완비하고, 2024년쯤 소비자 대상으로 레벨3 차량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2025년까지 레벨4 기술도 갖춘다는 매우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자동차산업은 자국 경제와 고용에 매우 중요하고, 반드시 지켜나가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현대차 등 자국 자동차산업이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자율주행의 단계별 법제화나 기술 도입에 대해서 아마도 자국 자동차회사의 수준에 맞춰 수위를 조절해가며, 자국산업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으려 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취지는 아주 좋지만, 실제로 한국 자동차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한국에서 자율주행의 법제화 기준을 엄격하게 해서 국내에서 레벨2 플러스 수준의 차량이 맘대로 다니지 못하게 막았다고 쳐보죠. 그렇다면 테슬라는 국내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나 질이 줄어들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테슬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차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겠죠. 현대차는 아마도 모빌아이·인텔 플랫폼 등의 산하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앱티브 등과의 공동개발로 단독으로 치고나가는 전략을 취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 국내에서 생생한 리얼데이터를 빠르게 모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제한당하게 될 수도 있겠죠.

사실 테슬라로는 이 부분에서 크게 아쉬울 것도 없습니다. 테슬라는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를 모을 수 있고요. 특히 중국에서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테슬라가 설령 사고를 낸다 해도 테슬라를 내치지 않을지 모릅니다. 중국은 바이두나 몇몇 자동차회사, 그리고 최근에는 화웨이까지 자율주행과 전기차 조합의 플랫폼화를 향해 전력질주 중입니다. 테슬라를 잘 이용할 수만 있다면 절대적으로 테슬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가져가려 할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테슬라의 미묘함이 있겠네요. 미국 정부는 테슬라가 중국과 결탁하는 것을 탐탁해하지는 않겠지만, 일단은 놔두겠지요. 다만 중국 쪽으로 기술이 넘어간다거나 하는 것은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테슬라가 그렇게 할 리도 없겠지만요. 테슬라로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에 발을 담그고 줄타기를 하면서, 내부적으로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에 엄청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쪽 기술에 대해 엔지니어들의 영혼까지 궤뚫어볼 수 있을 것 같은 일론 머스크 CEO께서 게다가 일주일에 120시간씩 일하신다니, 이거 개발하는 엔지니어들도 아마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뭘까요?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현대차가 앱티브 등과 자율주행기술을 잘 개발해 5년 뒤 10년 뒤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현재 점하고 있는 위치보다도 더 주도적인 위치로 올라서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현대차는 과거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구글을 찾아가 구글과 자율주행 관련해서 전폭적인 협력을 타진하기도 했었고, 앞에서 여러 번 말씀드린 모빌아이 창업자와 만나 또 협력을 타진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일단 독자노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다만 자율주행의 경우는 거의 전적으로 소프트웨어의 세계이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이 플랫폼의 통합 운영체제(OS)는 결국 미국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과거 삼성이 바다 OS도 만들고 해서 독자노선을 모색했지만, 결국 안드로이드 산하로 들어가 생존한 것처럼, 현대차도 미국 주도의 자율주행 플랫폼 산하로 결국엔 들어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크게 보면, 미국 주도의 플랫폼 그리고 중국 자체 플랫폼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을텐데요. 이 무시무시한 경쟁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저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삼성전자가 있을 수 있겠네요.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등을 통해 자율주행 등에서도 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앞으로의 세계 경쟁에서 어떤 식으로 활로를 찾을지 현재로선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2030년 비메모리 1등 전략을 내놓으면서, 자동차반도체 분야를 강조하고는 있는데요. 이 부분에서 주력 자동차반도체인 ‘엑시노스 오토’ 가운데, 인포테인먼트용인 ‘V시리즈’가 잘 나가고 있고,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주행보조시스템용인 ‘A시리즈’의 성장 가능성이 꽤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엑시노스 오토 A가 주행보조, 이후로는 자율주행시스템용 칩 시장에서 일정 쉐어를 차지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뇌피셜 하나 날리고 끝내겠습니다. 현대차가 현재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기술 상용화에 맹렬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요. 그런데 어떤 칩을 쓸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추정일뿐입니다만, 현대차의 향후 자율주행시스템에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오토 A가 탑재된다면 어떨까요? 그렇다고 해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아마도 국내 대기업 역사상 최대 협업 사례가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