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는 방안이 검토 대상으로 포함됐다.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혼선을 빚었으나, 결국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교통정리가 됐다. 이 과정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그린벨트 해제 검토 발언을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이 약 11시간 만에 뒤집고, 이후 박 차관이 다시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발표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초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 대책을 주문했지만, 긴밀히 협력해야 할 기재부와 국토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부동산 정책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7·10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여당이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수준 등을 사실상 결정했는데,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두고도 정부 부처보다는 여당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선미(왼쪽) 국회 국토교통위원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대책 당정협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4일 밤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아침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정부 차원에서 아직 검토하지 않았고, 서울시와도 협의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의 말을 국토부 차관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부처 간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오자 기재부는 15일 오후 2시 20분쯤 국토부와 함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에 대한 정부 입장은 동일하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그린벨트 해제 등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가 아닌 국토부 차관 말이 맞는다는 것으로, 홍 부총리는 물론 경제 정책 총괄 부처인 기재부가 체면을 크게 구겼다는 얘기가 관가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날 오후 3시쯤 박선호 차관은 기재부, 수도권 지자체가 참여하는 주택 공급을 위한 '실무기획단' 첫 회의를 시작하면서,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며 오전과는 180도 달라진 입장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주택 공급 확대 TF(태스크포스)'를 이끌고, 박선호 차관은 실무기획단 단장을 맡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책임진 핵심 당국자들이 하루 종일 혼선을 빚은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기재부와 국토부의 의견 대립은 여당의 말 한마디로 정리가 됐다. 이날 오전 김현미 국토부 장관, 박선호 차관,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한 비공개 당정 협의를 마친 후 조응천 의원(국토위 민주당 간사)은 "그런 것(그린벨트 해제)까지 포함해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범정부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급 확대가 화두로 떠오르자 택지 확보를 위해 서울권 그린벨트 해제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달 초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그린벨트 해제가 언급됐다. 하지만 박원순 전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측은 그린벨트 해제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보다는 도심 용적률 제한 완화 등 다른 방법으로 택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박 전 시장의 유고로 당정과 서울시 간 협의는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가 사실상 서울시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당정이 그린벨트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볼 수는 없고 앞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