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이 언론에 나와 "(박원순 시장 피소 1시간 30분 전인) 8일 오후 3시쯤 박 시장에게 '시장님 관련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그러면서도 "(당시) 성추행 혐의인 줄은 몰랐다"며 "그날 밤 박 시장 관사에서 늘 하던 현안 회의를 했는데 그때도 박 시장 피소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납득하기 어렵다. 임씨 말대로라면 구체적 추문 내용을 알지도 못하면서 무턱대고 박 시장에게 '뭐가 있느냐'고 묻고, 박 시장이 '모르겠다'고 하자 더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시장 업무를 중단시킬 정도로 다급한 보고였다면서도 그랬다는 것이다. 상식에 맞는가. 임씨가 참석한 현안 회의는 박 시장이 만찬을 하고 귀가한 이후인 한밤중에 열렸다. 심야에 젠더 특보를 불러 논의해야 할 '현안'이 뭐였겠나. 그런데도 "늘 하던 회의"였다고 한다. 박 시장은 회의 다음 날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집 안에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비서 성추행 피소 사실은 물론 조사 진행 상황 등을 다 알고 신변을 정리한 것이다. 임씨가 뭔가 핵심적인 부분을 감추기 위해 교묘하게 둘러댄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임씨 주장 가운데 '피소는 몰랐다'는 부분은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 박 시장에게 직접 피소 사실을 알려줬다는 얘기가 된다. 피해자 측은 이와 관련해 "고소 2시간쯤 전까지도 고소 여부와 고소장을 어느 경찰서에 낼지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고소부터 박 시장에게 알려진 시간이 길지 않다. 경찰은 고소가 접수되자마자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보고했다. 국정상황실은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했을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 아니면 경찰이 유출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런데 이 의혹이 확산하자 14일 오후부터 일부 언론이 '정부 관계자' '서울시 관계자'를 인용해 임씨가 박 시장에게 뭔가 있느냐고 물어봤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청와대나 경찰이 유출한 것이 아니라 임씨 때문에 박 시장이 알게 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임씨는 "피소 사실은 몰랐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자신이 법적 책임을 뒤집어쓸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 의도적으로 임씨에게 책임을 떠넘겨 의혹을 물타기하려 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와중에 경찰이 박 시장 휴대전화 분석을 미적대다가 15일에야 시작한 사실이 알려졌다. 검찰이 계속 지휘하는데도 "박 시장 삼우제를 마친 뒤 유족과 상의해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법적으로 유족의 허락은 필요 없다. 미적대면서 핑계를 대는 것이다. 드루킹 사건의 재판(再版)을 보는 것 같다. 물타기 조작은 이미 시작됐다. 끝까지 국민을 속이고 진상을 덮으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