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사는 점팔물고기(spotted handfish). 이번에 멸종된 민팔물고기의 친척뻘이다.

호주 바다에 살던 인어(人魚)가 사라졌다. 야생동물 보호단체인 국제동·식물군(FFI)은 지난 2일 “가슴지느러미로 모랫바닥을 기어다니는 물고기인 ‘민팔물고기(smooth handfish)’가 호주 남동부 해역에서 공식적으로 멸종했다”고 밝혔다. 오늘날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하고 있지만, 바닷물고기가 멸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FFI에 따르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이미 지난 3월 동식물 종의 보전 상태 목록인 적색 목록에서 민팔물고기를 절멸종(EX)으로 분류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의 그레이엄 에드거 교수는 “의심할 바 없이 마지막 개체가 죽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3월 국제자연보존연맹 멸종 선언

민팔물고기는 아귀목(目) 브라키오니크티스과(科)에 속한다. 과명은 라틴어로 팔을 뜻하는 ‘브라키움’과 그리스어로 물고기를 말하는 ‘이크티스’를 합친 말이다. 브라키오니크티스과는 모두 14종이 있는데 몸에 이빨처럼 돌기가 많이 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멸종한 민팔물고기는 다른 종류보다 표면이 매끈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민팔물고기는 1800년대 프랑스 동물학자가 호주에서 처음 발견했다. 하지만 최근 100년 동안 산 채로 관측된 적이 없고 과거 채집한 표본으로만 볼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팔물고기가 독특한 생태에 인간의 남획이 겹치면서 멸종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 없는 습성 탓 조개 어업에 직격탄

바닷물고기는 알에서 깨어나면 어린 물고기인 치어(稚魚) 상태로 넓은 바다로 퍼진다. 덕분에 마구잡이 어업으로 개체 수가 줄어도 멸종까지 되기는 어렵다. 반면 팔물고기는 알에서 바로 성체가 돼 나온다.

점팔무고기(spotted handfish). 알에서 깨어날 때부터 성체의 모습으로 나와 거의 이동 없이 산다.

게다가 멀리 떠나지도 않는다. 물에 뜨는 부력을 제어할 부레가 없어 멀리 헤엄치지 못한다. 가슴지느러미를 팔처럼 뻗어 기어갈 뿐이다. 이 상태에서 사람들이 조개를 잡느라 그물로 바다 밑을 긁어내는 통에 개체 수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먹는 물고기가 아니지만 독특한 생태 탓에 화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호주 인어의 멸종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온몸에 점이 나 있는 점팔물고기는 바닷물고기로는 처음으로 1996년 IUCN의 절멸위급종으로 분류됐다. 호주 정부의 팔물고기 보존 프로젝트에 따르면 현재 약 3000마리만 남은 상태다. 그보다 심한 종들도 있다. 붉은팔물고기는 100마리만 남았고, 지벨팔물고기는 2007년 이후 본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