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필두로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던 미국 대형 기술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자 시장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미국 대형 기술주들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시중에 막대하게 풀린 돈과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과도한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단기 급등했다. 하지만 지난 13일(현지 시각) 코로나 백신 개발 관련 좋은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주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술주 버블(거품)'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테슬라, 장중 급락

이날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13% 하락한 1만390.84에 마감했다. 그간 나스닥 상승세를 이끌던 IT(정보기술)와 인터넷, 콘텐츠 관련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3.1% 떨어진 것을 비롯해 넷플릭스(-4.2%)와 마이크로소프트(-3.1%), 아마존(-3.0%), 페이스북(-2.5%), 애플(-1.8%), 알파벳A(구글 모기업·-1.7%)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올해 상승률이 250%가 넘어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주식인 테슬라는 이날도 장 초반 16.2%나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쓰는 듯했다. 장중 최고치 기준으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3210억달러(약 387조원)에 달해 프록터앤드갬블(P&G)을 제치고 시총 10위에 올랐다. 하지만 오후 들어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결국 지난달 24일(-4.1%)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3.1%)로 거래를 마쳤다. 마감 후 테슬라의 시총은 2770억달러였는데 장중 최고치에 비해 440억달러(약 53조원)가 증발한 셈이다. 테슬라가 이달 들어 직전 거래일(10일)까지 7거래일 만에 43%나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예상 밖의 결과였다. 테슬라는 지난 10일만 해도 10.8%나 주가가 상승했었다.

이날 테슬라를 비롯한 기술주들의 예상 밖 부진 때문에 기술주 비율이 높은 나스닥 지수는 뉴욕 증시 3대 지수 중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S&P500은 0.94% 떨어졌고, 다우지수는 소폭(+0.04%) 상승했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 백신 후보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패스트트랙'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는 긍정적인 뉴스도 나스닥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너무 오른 주가가 겁났던 투자자들

대형 기술주들의 동반 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 가격이 너무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올해 주가가 '로켓 상승'한 테슬라 외에도 아마존(68.0%)과 넷플릭스(62.4%), 마이크로소프트(31.3%), 애플(30.1%) 등이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나스닥 지수도 올해 15.8% 상승했다. 반면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같은 기간 2.3% 하락했다.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암호 화폐 종합 금융회사인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의 마이크 노보그라츠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나스닥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버블"이라며 "소액 투자자들은 이것(버블)이 꺼지기 전에 빠져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스닥은 13일 오후 로버트 캐플런 미국 댈러스연방은행 총재가 한 강연에서 코로나 재확산 우려 및 경제 부진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가에 불안감을 느끼던 투자자들이 부정적 뉴스가 나오자마자 급히 '차익 실현'을 하기 위해 투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술 기업들이 몰려있는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동 제한 조치들이 취해진 것도 기술주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기술주가 거품이라는 주장에 이견을 보이는 전문가도 많다. 오히려 1990년대 후반의 '닷컴버블' 때보다 지금이 훨씬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IT 업종의 주가수익비율(12개월 선행 기준)이 현재는 25.5배인데, 닷컴버블 때는 56.8배까지 상승했었다"며 "또한 닷컴버블 때에 비해 지금은 기술주의 실적 전망이 견고하고, 성장성이 강한 기술주에 우호적인 환경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