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7.10 대책으로 인해 1주택자의 부동산 세제 변화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주택자의 세금은 작년 말에 비해 거의 변화가 없다"는 취지로 한 발언을 두고 1주택자들이 발끈하고 있다. 지금껏 다(多)주택자 때려잡겠다며 온갖 규제를 쏟아낸 탓에 1주택자도 부동산 세금 부담이 대폭 늘었는데,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7·10 대책의 내용을 설명하던 중 "1주택자 등 실소유자의 경우 작년 12·16 대책 때와 비교해 부동산 세제의 변화가 거의 없다"며 "이번 대책은 3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들이 주요 대상으로, 대상자는 전체의 0.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7·10 대책이 증세를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서는 "증세하기 위해 이런 세제 수단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이번 대책은 증세가 목적이 아닌, 부동산 시장의 불로소득을 없애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김 장관 발언에 대해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세금이 올라갔는데 증세가 아니고 뭐냐' '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거냐' '1주택자들조차 주택 보유·거래를 힘들게 만드니 온 국민을 적폐로 모는 것 아니고 뭐냐' '정부가 세금 대신 내줄거냐'는 등 냉소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작년 말과 비교하자면 올 들어 내놓은 6·17, 7·10 등 두 번의 부동산 대책에 1주택자의 세율을 직접 올린 것은 없다. 그래서 김 장관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을 통해 1주택자의 세금 부담도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장관의 발언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현 정부는 다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의 세금 부담도 계속 높여왔다. 이번 7·10 대책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지난 연말 12·16 대책에서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율을 이미 0.1~0.3%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7·10 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을 올리기로 한 것과 함께 이 인상안까지 포함해 세법 개정을 할 방침이다. 1주택자의 세금 부담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앞서 2018년 9·13 대책에서도 정부는 1주택자 종부세율을 0.2~0.7%포인트 올려 입법까지 완료했다.

1주택자에 대한 세율을 이렇게 올린 것뿐 아니라 정부는 '현실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보유세 과세의 기준이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 '과표'를 올리니 세금은 당연히 오르고 있다.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최근 3년 간 매년 10% 넘게 올랐다. 보유세 산정 시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2018년 80%에서 올해 90%, 내년에는 95%로 높아진다.

예컨대,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아파트의 보유세를 계산할 때 8억원만 과세 대상이었지만 올해는 9억원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는 것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이렇게 올리는 것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시세보다 과표가 더 높아지는 황당한 경우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공시가격과 시세의 차이를 두는 것도 그런 경우를 막기 위해서인데 정부는 이런 '완충장치'까지 없애버리는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사의 모의 계산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 아파트 1채를 소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는 2017년 153만9240원에서 올해 324만9360원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12·16 대책 등의 영향으로 내년이면 452만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는 다주택자의 세금을 강화한다는 기조로 정책을 펴 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당수의 1주택 실수요자도 세금이 대폭 늘어나게 됐고, 1주택자마저도 집을 사고 팔기가 어려워져 필요에 따라 집을 늘리거나 이사하는 것도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