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끝판대장’ 오승환(38)이 흔들리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 3일 LG와의 대구 홈경기에서 올 시즌 마지막 세이브를 거둔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까지 오승환의 올 시즌 성적은 9경기 출전해 1승 2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2.16으로 준수했다. 하지만 지난 4일 LG에 5―3으로 앞선 9회 초 마운드에 올라 2실점하며 동점을 허용, 국내 복귀 후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삼성은 연장 12회 말 끝내기 밀어내기로 7대6으로 이겼지만, 오승환 이후 장지훈, 김대우 등을 등판시켜 불펜 자원을 소진해야 했다.

삼성 오승환이 지난 4일 LG와의 대구 홈경기에서 9회 초 등판해 공을 던지는 모습.

오승환은 이 경기 이후 일주일만인 지난 11일 KT와의 수원 원정 경기에 다시 등판했다. 7―9로 뒤진 8회 말에 마운드에 올라와 1이닝 동안 삼진을 1개 잡았지만, 안타 2개를 맞으며 1실점 했다. 최근 2경기 성적은 2이닝 4피안타 3실점, 평균자책점은 13.5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시즌 전체 평균자책점도 4.35로 크게 높아졌다.

이 밖에도 우려스러운 지표들이 많다. 오승환은 미 메이저리그 2019시즌 때 삼진 16개, 볼넷 6개로 삼진이 볼넷의 2.7배에 달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삼진과 볼넷이 각각 7개로 같다. 오승환의 한국·일본·미국 통산 9이닝당 삼진은 10.05개, 9이닝당 볼넷은 2.23인데 올 시즌은 두 지표 모두 6.10개로 안 좋다. 통산 1.15인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도 올해는 1.55에 달한다.

오승환은 마지막 경기에서 직구 7개를 던졌는데 최고 구속 시속 145㎞, 최저 구속 시속 141㎞를 기록하면서 ‘돌직구’ 위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허삼영 감독을 비롯해 삼성 코치진은 오승환에 대해 여전히 신뢰하는 모습이다. 일본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의 경험을 믿어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은 지난 12일 취재진과 만나 “오승환의 구속이 떨어졌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며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볼넷을 내주지 않기 위해 정확하게 던지다 보니 구속이 잘 나오지 않았다. 등판 간격이 길었던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스포츠 데이터 서비스업체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허 감독의 말대로 직구 구속이 조금 떨어졌다고 걱정할 건 없다.

오승환의 올 시즌 직구 구속 구간별 성적.

올 시즌 오승환의 직구 구속 구간별 성적을 보면, 시속 148㎞ 이상에선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구간 공은 14개로 올 시즌 오승환이 던진 공 178개의 7.9%에 불과하다. 오승환이 많이 던진 시속 141~144㎞, 145~147㎞ 구간에선 피안타율이 0.333으로 같다. 구속이 낮다고 해서 기록이 특별히 나쁘진 않았다.

오승환은 2014년 해외 진출 전 묵직한 ‘돌직구’와 슬라이더로 승부하는 ‘투 피치’ 투수였다. 일본, 미국 무대를 거치면서 구종이 많이 늘었다. 그래도 여전히 직구 비율이 높다. 문제는 여러 수치를 볼 때 올 시즌 직구 구위 자체가 좋지 않아 ‘돌직구’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승환의 올 시즌 구종별 성적.

직구 구사 비율이 60%인데 피안타율은 0.316로 커브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피출루율과 피장타율도 각각 0.381, 0.526으로 높은 편이다. 피출루율과 피장타율을 합친 피OPS는 0.907에 달한다. 그런데 좌·우타자별로 기록에 차이가 있다.

오승환의 올 시즌 우타자 상대 구종별 성적.

오승환의 올 시즌 우타자 상대 직구 피안타율은 0.167이다. 직구 구위 여부와 상관없이 우타자에겐 여전히 위력적인 ‘돌직구’인 셈이다. 하지만 좌타자에겐 오승환의 직구는 위력적이지 않다.

오승환의 올 시즌 좌타자 상대 구종별 성적.

좌타자 상대 직구 피안타율은 0.385에 달한다. 오히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은 안타를 맞지 않았다. 오승환은 올 시즌 11경기에서 10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9피안타 5실점 했는데, 이중 희생타 1실점을 제외한 4실점이 좌타자를 상대하다가 내준 점수였다. 좌타자를 상대로 허용한 적시타와 장타가 6개였는데, 직구 5개와 스플리터 1개였다. 6개 공 중 3개가 중앙보다 높은 공이었다.

오승환이 올 시즌 좌타자에게 적시타와 장타를 허용했을 당시 투구 분포도(투수가 포수를 바라보는 기준). 빨간색은 직구, 베이지색은 스플리터.

오승환은 올 시즌 우타자 상대 시 높은 직구와 슬라이더로 바깥쪽 승부를 하는 확실한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좌타자를 상대할 땐 전체적으로 볼이 높고 확실한 승부 패턴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 좌타자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투구 패턴을 만들어내지 못한 모양새다.

오승환의 올 시즌 우타자, 좌타자 상대 투구 분포도(투수가 포수를 바라보는 기준). 우타자 상대로는 높은 직구와 바깥쪽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는 패턴을 보인다. 하지만 좌타자를 상대로 던질 땐 직구가 우타자보다 높게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며 일정한 패턴이 보이지 않는다. 빨간색은 직구, 파란색은 슬라이더, 하늘색은 커브, 보라색은 체인지업, 베이지색은 스플리터.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관계자는 “오승환의 직구는 우타자에겐 여전히 위력적이지만, 좌타자에겐 통하지 않는 것 같다”며 “좌타자 상대 변화구 기록이 좋으므로 만약 오승환이 좌타자 상대 시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준다면 지금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