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요사이 나는 코로나19와 기후변화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기후변화, 환경 파괴, 코로나19는 모두 인재라는 점에서 포괄적으로 연계돼 있다.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결코 쉽지 않지만 제법 또렷이 보이는 연결 고리가 있다.

21세기에 들어와 우리가 겪은 대표적 바이러스 유행병인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모두 박쥐에게서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세상 포유류종의 절반이 쥐고 그 나머지의 절반이 박쥐다. 박쥐가 특별히 더러운 게 아니라 그냥 많아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최근 박쥐들이 지구온난화에 따라 열대에서 온대로 서식처를 넓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온대에 모여 사는 우리 인간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졌다. 박쥐 동굴 바로 앞까지 길을 내며 숲을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괴롭히다 보니 바이러스가 결국 우리에게까지 옮겨 묻은 것이다.

지난 6월 3일 박원순 전 시장이 주도한 'CAC 글로벌 서밋 2020' 진행을 맡았던 나는 다음과 같은 마무리 발언을 했다. "바이러스는 결코 인류를 절멸하지 못한다. 충분히 죽이고 나면 저절로 사람 간 간격이 생겨 더 이상 감염시키지 못한다. 흑사병도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이고 멈췄다. 기후변화는 다르다. 우리를 마지막 한 명까지 깡그리 죽일 수 있다." 코로나19가 두렵다면 기후변화는 훨씬 더 두려워해야 한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박원순 철학에 따라 시정을 챙길 것”이라고 공언했다. 박 시장은 마지막까지 도시공원 일몰제와 그린벨트 해제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그가 떠나자마자 개발론자들이 마치 피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처럼 꿈틀거린다. 하루빨리 더 많은 박원순이 나타나 이를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코로나19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대재앙이 우리를 덮칠 것이다. 이건 허튼 경고가 아니다. 또렷한 연결 고리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