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전 비서 A씨를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텔레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텔레그램은 사용중인 메신저 중 가장 보안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화 한쪽 당사자가 메시지를 삭제하면 상대편 기록까지 삭제되고, 비밀 대화방을 사용하면 주고 받은 메시지가 서버에 저장되지 않아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기자나 정치인뿐만 아니라, 청와대 특별감찰반도 텔레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높은 보안성으로 텔레그램은 최근 각종 사건·사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한때 국내 SNS 회사 서버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대상이 되자 '텔레그램 망명'이 유행하기도 했다.

◇암호화된 메시지로 보안성 매우 높아

텔레그램은 러시아 출신 파벨 두로프(36)와 니콜라이 두로프(40) 형제가 푸틴 정권의 검열을 피해 2013년 독일에서 만든 무료 메신저다. 두로프 형제는 러시아에서 소셜미디어 ‘브콘탁테(VK)’를 개발한 엔지니어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반(反) 푸틴 운동’ 가담자의 개인정보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하지만 두로프 형제는 이를 거부했고, 러시아를 떠나 독일로 망명했다. 독일에서 두로프 형제는 완벽한 보안을 자랑하는 메신저를 개발했는데 이게 바로 텔레그램이다.

개발 배경에서 알 수 있듯, 텔레그램의 모토는 ‘검열받지 않을 자유’다. 텔레그램에서 주고 받는 메시지는 암호화가 돼 있어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만 볼 수 있다. 메시지 확인 기간을 정해두면 메시지가 자동 삭제되며 서버에 기록도 남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메신저는 스마트폰에서 친 메시지가 서버를 거쳐 다른 스마트폰 화면에 비친다. 대화 내용을 서버에 전송할 때 암호화가 이뤄진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메시지를 입력하는 순간부터 암호화가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송신자와 수신자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이를 가로채 해독할 수 없다. 텔레그램은 또 서버로 메시지를 전송할 때 다시 한번 암호화가 이뤄진다.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 사진을 들며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한쪽에서 삭제하면 상대쪽에서도 기록 삭제

텔레그램 주요 기능 중 하나는 ‘비밀 대화방’이다. 비밀 대화방 모드를 사용하면 주고 받은 메시지가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한쪽에서 대화를 삭제하면 상대방 쪽에서도 대화 흔적이 사라진다. 삭제된 데이터는 서버 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텔레그램에서의 일반 대화방은 스마트폰에서 화면 캡처가 가능하지만, 비밀 대화방은 화면 캡처가 되지 않는다. 캡처를 시도하면 ‘보안정책에 따라 화면을 캡처할 수 없다’고 나온다. 비밀대화방은 처음 시작 시, ‘단대단 암호화를 사용합니다’ ‘서버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자동 삭제 타이머가 있습니다’ ‘전달 기능이 허용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뜬다.

단, 비밀 대화방 화면이 비치는 스마트폰을 다른 카메라로 찍는 경우엔 증거 기록을 남길 수 있다. 13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전직 비서 A씨의 법률대리인 측이 공개한 텔레그램 비밀 대화창 모습도 해당 화면이 스마트폰에 떠 있는 모습을 다른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텔레그램은 대화 내역이나 개인 정보를 어느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텔레그램 본사 소재지도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초기엔 독일, 이후엔 두바이로 옮긴 것으로 전해지지만 정확히 파악된 것이 없다. 경찰 등이 수사를 목적으로 텔레그램 측에 대화 내역을 요청해도 협조를 받기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락 수단은 오직 이메일뿐이다.

실제로 한국 경찰은 지난 5월 ‘n번방’ ‘박사방’ 등 주요 디지털 성범죄 수사를 위해 텔레그램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텔레그램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보안성 강한 텔레그램 범죄 온상으로

이러한 보안성은 역설적으로 각종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이나 IS 같은 집단은 텔레그램을 주요 대화 창구로 써왔다.

국내에서도 n번방 사건 피의자들이 텔레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김지은씨 성폭행 사건에도 텔레그램이 등장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