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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인류는 DNA 관련 수수께끼를 풀면 생로병사의 해답도 줄줄이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2000년대 초반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었지만, 그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인간 유전자 수는 고작 1만5000개인 초파리 유전자 수보다 조금 더 많은 2만 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인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인체 내에 미생물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인체는 거대한 우주이다. 우리 몸에는 몸무게 70kg인 성인 기준으로 38조(兆) 개에 달하는 미생물들이 장기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약 30조 개 있는 세포보다 많은 수이다. 이들이 가진 유전자 수는 인간 유전자보다 150배나 많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가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미생물 생태계'를 의미한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는 인간과 미생물, 이 둘의 '공생'을 위한 연구이다.

천랩의 천종식 대표이사가 헬스케어 서비스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바마, 빌 게이츠도 주목하는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해 각종 질병이 생긴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에게 상식과도 같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팀이 '13가지 만성 질환 원인'에 대해 연구한 결과, 유전적 요인이 강한 제1형 당뇨를 제외한 12개 질병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영향이 유전적인 원인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발표된 약 1만6000편 이상의 논문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 간의 인과관계가 하나씩 증명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치매, 파킨슨, 자폐 스펙트럼, 우울증 등의 뇌 질환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간경화 등의 간 질환,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고혈압 등의 심혈관 질환, 제2 형당뇨, 비만 등의 대사질환, 과민성장증후군,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대장암 등의 장 질환,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 갑상선기능항진증,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의 자가면역질환 등에 영향을 미친다.

다행인 것은 현재 시점에서 DNA는 바꿀 수 없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은 식이와 생활습관 조절 등 개인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관리를 통해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비롯해 전 세계가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특히 미생물 중 약 95%가 장에 모여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 장 속 미생물은 건강한 삶의 바로미터와 같다.

장내 미생물 수를 표현한 그래픽 조형물.

◇P형-B형-O형으로 분류한 한국인의 장 유형과 GMI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분야에서 천랩은 선두 주자로 꼽힌다. 천랩은 생명공학과 컴퓨터공학 융합 기술인 생명정보(BI) 기반의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2009년 서울대 생명과학부 천종식 교수가 설립했으며, 생명정보 분석 및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기술성을 입증받아 기술 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독자 구축한 '정밀 분류 플랫폼'으로 양질의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를 확보한 천랩은 맞춤형 토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현재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무엇인지를 찾아내 여기에 알맞은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천랩은 약 14만 건의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와 약 1만 건의 한국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통해 ▲프리보텔라가 많은 P형 ▲박테로이데스가 많은 B형 ▲염증 유발 균이 많은 O형으로 분류했다. P형은 전체의 약 33%를 차지했다. 전통적 한식이나 지중해식 식단을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났다. B형은 약 36%로 서구식 식단(가공식품 등)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서, O형은 약 31%로 패스트푸드 섭취 빈도가 높은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건강지수인 'GMI(Gut Microbiome Index)'도 개발했다. ▲미생물 다양성 ▲염증 유발 미생물의 비율 ▲염증 억제 물질을 생성하는 미생물의 비율 ▲수렵채집인과의 유사도 등을 반영한 지수이다. GMI가 낮으면, 장 내 미생물 종(種) 다양성이 낮아지고, 유해균이 활발히 활동하는 불균형 환경이 조성된다. 항생제 오남용, 스트레스, 부적절한 식습관 등이 영향을 미친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맞춤형 헬스케어 3단계 프로그램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는 3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1단계는 '것 인사이드(Gut Inside)' 검사로, 대변 속 미생물 유전자를 분석하여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단계다. 자신의 GMI 수치와 장 유형을 찾고,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된 25가지 질병 위험도를 예측하여 예방 솔루션을 확인할 수 있다. '것 인사이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도 세심하게 설계한 온라인 설문으로도 장 유형 확인이 가능하다.

1단계 결과에 따라 2단계에서는 장 유형별 맞춤 프로&프리바이오틱스인 '천랩바이오틱스(ChunLab Biotics)'를 제공한다. 천랩바이오틱스는 국내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맞춤형 제품으로, 두 차례에 걸친 '천랩 시민과학프로젝트'에서 얻은 한국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장내 미생물 생태계 개선 과정을 추적 관찰해 개발한 것이다.

마지막 3단계는 피비오(pibio)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모니터링이다. 천랩의 헬스케어는 모바일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과 연계해 개인별 건강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각자에게 최적화된 헬스케어 토털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에 개인의 배변 상태(대변의 색, 모양, 빈도 등), 기분, 복부 팽만감 등을 기록하여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환경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한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가와 전문의, 영양학 전문가가 추천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유형별 라이프스타일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만들어갈 수 있다.

천종식 대표이사는 "미래의 의학은 치료보다는 예방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그동안 축적해온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생애 전(全) 주기에 걸쳐 마이크로바이옴을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천 대표이사는 "우리의 작업은 기존의 건강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