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직전 의식불명 상태라도 가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코로나로 저 세상에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에 곁에 있지 못했다는 한이 남는다. 이제 감염 방지 때문에 병상을 지키지는 못해도 전화로라도 마지막 인사는 꼭 해야 할 것 같다. 의식불명인 상태로 생의 마지막을 맞는 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로렌스 워드 교수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사망 직전의 환자도 일반인과 똑같이 뇌가 소리에 반응했다”고 밝혔다.

◇사망 직전 의식 없어도 소리에 반응

연구진은 사망 직전의 사람이 청각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앞서 유럽 과학자들은 뇌 손상으로 의식불명 상태가 된 사람과 정상인의 뇌반응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캐나다 연구진은 이를 임종 직전의 의식불명 환자로 바꿔 연구했다. 이를 위해 더는 호전이 불가능해 통증 완화 처치만 하는 말기치료 환자의 가족들에게 동의를 받았다.

먼저 정상인을 대상으로 소리 자극에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뇌파를 측정했다. 전극 64개가 달린 두건을 쓰고 뇌에 흐르는 전기신호를 포착하는 방식이었다. 다음에는 말기 환자가 아직 의식이 있을 때와 의식불명인 상태에 빠졌을 때 각각 뇌파를 측정했다.

모두 열셋 가족이 실험에 동의했으며, 이 중 다섯 명의 뇌파를 사망 직전에 측정할 수 있었다. 각각의 뇌파를 비교한 결과 정상인과 의식불명의 환자가 소리 자극에 거의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워드 교수는 “사망 직전의 의식불명 상태에서도 뇌가 소리에 반응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죽음에 이르는 환자에게 가족이나 친구들이 말로 위안을 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목소리를 실제 인지하는지는 불확실

이번 연구에는 30년 동안 세인트 존 호스피스병원에서 말기 환자들을 돌본 로메인 갤러거 박사도 참여했다. 그는 다른 의사, 간호사들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이 말을 하면 환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고 밝혔다.

갤러거 박사는 “이번 연구는 환자의 생애 마지막 날들이나 시간에 직접 만나거나 아니면 전화로라도 인사를 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고로 뇌를 다쳐 의식불명 상태인 식물인간에게 가족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들려주면 뇌반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의 목소리는 치료 효과도 있다. 지난 2015년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테레사 페이프 교수는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환자들에게 6주에 걸쳐 하루 네 번씩 가족이 그들만 아는 얘기를 하거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녹음해 들려주면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고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가족의 목소리를 들은 환자는 모두 뇌반응이 증가했다.

물론 이번 연구진도 뇌파를 통해 소리 자극에 뇌가 반응한다고 환자가 소리를 인지했다고 확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이 많다”면서도 “이번에 죽음에 이르는 환자에게 계속 말을 하면 그들의 뇌에 뭔가 일어난다는 생각은 처음으로 어렴풋하게나마 입증했다”고 밝혔다.